KIA 불펜을 책임지는 '형님 3인방' 최영필(43)·임창용(41)·김광수(36)의 평균나이는 40세다. 맏형 최영필은 1974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 마흔넷이다. 이대진 투수코치와 동갑이며, 이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참가 투수 가운데 최연소인 신인 박진태(1994년생)와 정확히 스무 살 차이가 난다. 1976년생 임창용은 마흔둘, '막내' 김광수는 1981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이다.
나이만 많은 게 아니다. 최영필과 김광수는 지난해 KIA 불펜에서 가장 많은 54경기를 던졌다. 역시 54경기로 공동 1위인 심동섭은 올해 스물여섯이다. 임창용은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로 시즌 절반만 뛰면서도 35경기에 등판했다. 한 시즌으로 계산하면 가장 많이 나온 셈이다. 아마도 KBO 리그 역사상 최고령 불펜 원·투·쓰리펀치일 것이다.
질적으로도 훌륭했다. 4승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61, 김광수는 2승6패 7세이브 14홀드를 기록했다. 임창용도 3승3패 15세이브였다. 지난해 KIA가 2011년 이후 첫 가을 야구 진출에 성공한 데는 이들의 공이 크다.
형님 3인방의 시계는 올해도 거꾸로 흘러간다. 최영필은 국내에서, 임창용과 김광수는 오키나와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영필은 지난달 12일 갑작스런 맹장 수술 때문에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먼저 코치진을 찾아가 "수술 때문에 단체 훈련을 소화할 몸 상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어서 훈련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테랑의 의견을 중시하는 김기태 감독은 흔쾌히 수락했고, 최영필은 국내에서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임창용과 김광수는 캠프 훈련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하며 어린 후배들과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영필은 KIA 불펜진에서 최고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단순히 베테랑 예우가 아닌 당당히 자신의 실력으로 1군 불펜 필승조 자리를 꿰찼다. 최영필의 직구 구속은 130㎞ 후반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코너를 찌르는 제구력과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를 압도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선발진에 구멍이 발생하면 최영필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의 안정감을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뒷문을 지킨 임창용은 올해도 소방수를 맡을 예정이다. 지난해 전반기 공백으로 복귀 초반 제구력 난조를 보였지만, 마운드에 오를수록 안정을 찾아갔다. 타고난 유연성과 자기 관리로 여전히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40대의 나이에 국가대표에 발탁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를 앞두고 있다. 김광수는 140㎞ 중·후반의 강속구로 펼치는 과감한 승부가 장점으로 꼽힌다. 임창용이 합류하기 전까지 뒷문을 맡으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평균나이 40세가 말해 주듯 형님 3인방이 계속 KIA 불펜진을 끌고 갈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형님 3인방'의 장점 안정감·유연성·과감한 승부가 후배들에게 전수되는 게 이상적이다. 김 감독은 "형님들이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올해도 든든한 모습을 보여 줄 거라 믿는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