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진은 2012년 미니 1집 '타임리스:비긴스'(Timeless: Begins)로 야심차게 데뷔했다. 그때만해도 해외 자본으로 이뤄진 그룹이라는 특이성을 앞세워 '다국적 그룹'이라는 홍보 전략이 통했다. 또 멤버 타쿠야가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며 그룹 인지도를 높였고 또 다른 멤버 신이 JTBC '나홀로 연애중'을 통해 가장 마음 알기가 어려웠던 출연자 소녀시대 유리의 마음을 꿰뚫며 연애 고수에 등극했다. 특히 신은 최근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트리오의 막내 태오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개인의 인기가 그룹의 인지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크로스진은 '다국적'이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그룹이다.
올해로 데뷔 6년차가 된 크로스진은 결단을 내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단단히 무장했다. 멤버들도 "계속 서포트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우리에게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은 확실했다. 일단 맏형 세영을 영입하고 그룹 색깔부터 흑과 백으로 나눠 변화를 줬다. 그렇게 나온 앨범이 8일 발매될 미니앨범 4집 '미러(MIRROR)'다. 타이틀곡 '블랙 오얼 화이트(Black or White)'는 선과 악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멤버들은 블랙(타쿠야 세영 캐스퍼)과 화이트(신 용석 상민)로 나눠 각각 '블랙 마인드'와 '화이트 마인드'라는 유닛 노래도 불렀다.
신은 "우리 모두 팀 색깔에 만족해요. 여섯멤버 모두 각자 맞는 색깔을 만났어요. 블랙팀은 웅장한 느낌을 잘 하는 것 같고 화이트팀은 트로피컬 하우스의 정제된 느낌에 잘 맞아요"라고 만족해 했다. 젝스키스가 콘셉트로 내세웠던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와의 비교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신은 "색깔만 같고 콘셉트는 달라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최고인 선배님과 이름을 나란히 한다는게 영광이에요"라며 "그만큼 따라가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죠. 선배님 이야기를 꺼내주신 것만으로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생각해요"라고 겸손해 했다.
블랙팀은 짙은 아이라인으로 시선을 압도했는데 타쿠야는 "메이크업을 하는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눈두덩이 전체적으로 까만색을 칠해서 그런지 눈이 무겁긴 하더라고요. 특히 지우는 게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세영은 "저는 사실 화이트팀에 가고 싶었어요. 전 착하니까요"라는 예능 대답으로 웃음을 안겼다. 신은 "이건 방송으로 나가는 게 아냐"라며 맏형의 들뜬 모습을 자제시켰다.
세영은 그룹 활동 중인 2013년 메인 보컬로 영입됐다. 이미 군대도 다녀온 '군필돌'로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는 멤버다. 지난해엔 드라마 '마녀의 성' OST '위드아웃 유'에 참여하며 보컬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상민은 "그룹 합류 전 한 달 정도 제가 춤을 가르쳤어요. 그땐 춤을 추는 사람이 아닌 그냥 '각목'이었죠. 그래도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끈기가 있더라고요"라고 세영의 첫 인상을 떠올렸다. 세영은 "상민이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는지 군대에 다시 온 줄 알았다니까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시 군대에 갈 마음이 있느냐"는 기자의 농담에는 "네?"라고 놀란 토끼눈으로 다시 갈 마음이 없음을 못박았다. 신은 "(세영을 옆에서 보면) 인생이 예능이에요. 예능감이 좋아서 같이 다니면 재미있죠. 특히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데 멤버들을 되로 괴롭히고 말로 받아요"라며 '맏내'(맏형+막내)의 귀여움을 어필했다.
진짜 막내는 지난달 25번째 생일을 맞은 용석이다. 맏형보다 진지한 구석이 많고 형들의 방송 모니터도 함께 하는 든든한 존재다. 신이 나온 SBS '푸른 바다의 전설'도 가장 열렬히 모니터 해줬다. 신은 "둘이서 밤에 모여 치킨 먹으면서 봤어요. 숙소에 TV가 지난해 10월 생겼거든요. 11월 말에 첫방송을 했는데 TV가 있어 편하게 봤죠"라며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용석은 팀내 몸매가 가장 좋은 멤버로 꼽히기도 했는데 "근육이 있거나 초콜릿 복근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한 번 세영 형을 업고 팔굽혀펴기를 한 적이 있죠. 대한민국에서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하는 몸인 것 같아요. 헬스 보다는 수영, 합기도 위주로 했거든요"라고 부끄러워 했다. 세영은 "농사짓기 좋은 몸"이라는 한 줄 정리로 웃음을 안겼다.
상민은 이번 앨범 랩 메이킹에 참여해 음악적 성장을 보여줬다. "수록곡 '연애의 지침서'를 맡았는데 운이 좋았죠. 녹음을 하러 갔는데 기본 틀을 잡을 랩은 있었어요. 네 마디 정도 제가 좋아하는 플로우로 랩을 직접 적었죠. 여러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참여를 하니까 자부심도 느끼고 애착도 가요." 앨범에 공을 들인 만큼 미니앨범 4집 '미러'에 대한 사랑도 당부했다. 상민은 "6년 동안 앨범 해오면서 열심히 한만큼 대가가 온다고 믿었어요. 이번엔 정말 장난 아니게 심혈을 기울는데 눈과 귀가 호강할 수 있는 그런 앨범 되길 바라요"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미니앨범 '게임'(GAME) 이후 1년 만에 국내 가요계 컴백하는 멤버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해 영화, 예능, 드라마,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쌓은 내공과 공백기 동안 다져온 음악적인 역량을 이번 앨범에 쏟아냈다. 세영은 "하나의 목표를 두고 여섯이 똘똘 뭉쳐서 팬 분들과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전했다. 캐스퍼는 "지난 6년 외국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파이팅하겠습니다다"고 전했고, 타쿠야는 "항상 열심히 해왔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했던 것 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다른 모습, 다양한 모습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다짐했다. 용석은 "1년 만에 신보로 돌아왔는데 이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당찬 각오를 덧붙였다.
한편 타이틀곡 '블랙 오얼 화이트'는 '블랙 마인드'와 '화이트 마인드'를 믹스해 만든 이번 앨범의 '완전체' 곡이다. 힙합, 신스팝, 트로피컬 하우스 등 세 장르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악에서 선, 선에서 악으로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곡의 중반 브릿지 부분에서는 선과 악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선(善) 버전 '화이트 마인드', 악(惡) 버전 '블랙 마인드'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크로스진의 강렬한 모습을 담아냈으며 또다른 수록곡 '연애지침서'에서는 데이트를 앞둔 남자의 설렘을 담아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을 드러낸다. 8일 자정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