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롯데의 주전 경쟁 화두는 좌익수였다. 올 시즌은 핫코너가 뜨겁다. 전력 보강 여파로 자리를 잃은 선수들이 3루로 집결했다.
현재 롯데 주전 3루수는 공석이다. 지난해까지 자리를 지킨 황재균(샌프란시스코)까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다. 대체 선수로는 오승택이 유력했다. 그는 2015년, 황재균이 햄스프링 부상을 당했을 때 기회를 얻은 뒤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무혈 입성이 전망됐다.
하지만 오프시즌 동안 전력 보강이 이뤄지며 경쟁 구도에 변수가 생겼다.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가 영입됐다. 2011년까지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를 맡았던 이대호도 돌아왔다. 기존에 자리를 지키던 선수는 입지가 흔들렸다.
번즈의 합류로 타격을 입은 선수는 기존 주전 2루수 정훈이다. 번즈는 마이너리그에서 뛴 통산 610경기 중 3루수로 가장 많이 출전(313경기)했다. 하지만 구단은 그의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주 포지션은 2루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약했던 취약 포지션을 메우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도 2루 수비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선수보다 많은 돈을 받는 외인 선수가 먼저 기회를 얻을 게 분명하다. 정훈은 백업으로 남거나 포지션 전환을 고려해야했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 3루 수비 훈련에 매진하며 새 위치에서 도전한다.
지난해 박종윤을 밀어내고 주전 1루수가 된 김상호도 3루로 향한다. 이대호와의 경쟁은 어렵다. 김상호는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도 3루 적응 훈련을 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실 1루수는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확고한 주전이 아니라면 누구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1루수로 남아 기약 없는 주전 도약을 노리기보다 상대적으로 주전 탈환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을 바라봤다. 이대호의 영입으로 앞당겨진 것 뿐이다.
오승택은 지난 시즌 초반, 왼 정강이 분쇄 골절상을 당하며 전반기 내내 재활에 머물었다. 복귀 뒤에는 이전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풋워크가 부족해 수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원래 송구 능력이 아쉬웠던 선수다. 황재균의 이적으로 생긴 공격력 저하를 메울 적임자였지만 최선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단번에 경쟁자 2명이 생겼다. 여기에 잠재 경쟁자도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9월 복귀한 신본기다. 유격수 경쟁에서 문규현에게 밀리면 그도 3루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는 데뷔 뒤 3루수로 6경기에 나섰다.
3루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전력 외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모든 포지션에 백업 요원이 필요하다. 대타, 대주자 등 작전 수행을 위해 투입될 수도 있다. 활용폭이 넓어지게 되면 감독의 전술 운용은 다양해지고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