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도 아니고, 흥행보증수표도 없고, 뻔한 스토리에 눈에 띌 만한 반전도 없다. 하지만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일으키는 파장은 상당하다. 기적의 주인공은 늘 '깜짝' 탄생 하기에 기적이라 불린다.
개봉 몇 개월 전부터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막을 내린 후에 '아, 그런 영화가 개봉 했었어?'라는 반응을 얻는 작품이 있다. 영화 '그래, 가족(마대윤 감독)은 툭 까놓고 말해 후자에 가까운 영화다. 4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이요원이 그나마 관심의 대상이라면 대상일까. 정만식·이솜·정준원이 열연을 펼쳤지만 경쟁작들에 비해 회자될 이슈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까지 세 남매였다 오늘부터 네 남매가 된 가족이다. 번듯한 직장이 없는 철부지 장남 정만식(성호), 잘난 체 해도 결국 흙수저인 둘째 이요원(수경), 끼도 없으면서 쓸데 없이 예쁜 셋째 이솜(주미),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막둥이 정준원(낙)이 네 남매로 한 가족을 일군다.
좋게 말하면 실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는 캐릭터를 맡아 찰떡같이 연기했지만 재미는 반감된다. 신선하지도 않고, 색다르지도 않다.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남처럼 살던 삼남매가 짐짝처럼 굴러 들어온 막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지고 볶다 큰 사건 하나를 겪은 후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현실적인 것이 때로는 독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실이 있으면 득이 있다고 그렇게 때문에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돋보인다. 바쁜 일상 속 미처 내 가족을 돌아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한 번쯤 여유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무엇보다 '그래, 가족'의 가장 큰 강점은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오글거리지 않고 지루한 신파로 흘러가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지점은 비슷한 장르 영화들 사이에서도 박수받아 마땅할 정도로 담백하게 그려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찝찝함 보다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애니 흥행 최강자 월트디즈니가 처음으로 선택해 배급하는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은 '그래, 가족'의 메시지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향과 잘 맞았다고 배급 이유를 밝혔다. 매번 옳았던 디즈니의 눈은 이번에도 '그래, 가족'을 흥행으로 이끌지 않을까.
스크린에서도 브라운관에서도 작은 고추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대작이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영화가 늘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개봉 전 최약체라 예측됐던 작품들이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좋은 예'도 많다.
액션 오락물 '조작된 도시(박관현 감독)'가 활개를 치고,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준비가 돼 있는 경쟁작 '재심(김태윤 감독)' 사이에서 '그래, 가족'은 약체로 분류되는 것이 맞다. 계란이고 다윗이고 작은 고추다. '그래, 가족'이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처럼, 매운 맛을 보여주는 작은 고추처럼 스크린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