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됐다. 박석민(NC)은 전 동료 밴덴헐크(소프트뱅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장난기가 가득했다.
박석민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소속 팀 NC의 미국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일본으로 건너오는 강행군을 치렀다. 15일 만난 박석민은 "아직 시차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며 "(오전) 6시 40분이면 잠에서 깬다. 저녁이 되면 계속 잠이 온다"고 했다. 취재진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전지 훈련에서 가장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이고 있다.
박석민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꼽힌다. 최근 5시즌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했고, 최근 2년 동안 타율 0.314·58홈런·220타점을 올렸다. 최형우가 FA 100억원 시대를 열기 전까지 최고 몸값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태극마크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대표팀에 승선하지는 못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WBC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박석민은 " 처음에는 '내가 왜?'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표팀에 누가 되지 않게 잘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내 "사실 프리미어12 때 뽑힐 줄 알았다"는 농담을 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WBC는 그에게 꿈의 무대라고 한다. 박석민은 "어릴 때 TV를 통해 대회를 봤다. 나도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출전하게 돼 기분좋다. 1회 대회 당시 서재응 선배님께서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이번 WBC 대회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에이스 밴덴헐크와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둘은 2013~2014년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박석민은 "밴덴헐크는 실력과 인성 모든 면에서 내가 본 외국인선수 중 최고인 것 같다. 그런 선수를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를 잘 알고 있는 밴덴헐크는 예선 1라운드 한국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어제의 동료가 내일은 적으로 만난다. 박석민은 "밴덴헐크와 친한데 경기는 이겨야 하니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밴덴헐크에게 WBC에 나오면 박살내겠다고 말을 했다"며 웃었다. 박석민이 자신의 말처럼 밴덴헐크를 박살낸다면, 한국의 승리는 조금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