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의 성공 이후 TV조선 '강적들'·채널A '외부자들'·MBN '판도라'가 방송되고 있다. 지상파 SBS에선 '대선주자 국민면접'이 전파를 타고 있고, KBS 2TV '해피투게더'에선 대선주자 5인 출연을 추진 중이다. 정치가 대중의 최고 관심사가 된 후 일어난 자연스러운 변화다. 심지어 '썰전'은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 2위(9.2%)에 올랐다. 1위 MBC '무한도전'(9.4%)과는 겨우 0.2%포인트 차였다.
대중과 가까워진 정치
최근 TV가 정치를 다루는 방식은 현저히 달라졌다. '썰전' 이후부터다.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진지하고 심오하게 정치를 이야기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 TV는 정치를 예능의 형태로 담는다. 나랏일하는 이들의 먼 정치가 아니다. 장점은 또 있다. 대선주자들이 정치 예능에 출연하며, 해당 후보의 실체에 더욱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적인 면 뿐 아니라 사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하면서 실제 국민들의 검증 과정에 도움을 준다.
제대로 된 검증 불가능
그러나 정치 예능 걸음마 단계인 지금은 부정적 우려가 더욱 크다. 예능이라는 형식의 한계 때문이다. 사적 가십에 더 집중하며 심도있는 검증은 쉽지 않다. 제작진의 편집 의도에 따라 본질이 왜곡되고 이미지가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유력 정치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검증이 아닌 변명의 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이 설치한 필터링이 들어가는 셈이다. 생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이 의도한 강조점과 자막,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가이드를 해주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 한탕주의로 제대로 된 준비없이 정치 예능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해피투게더'는 정통 예능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을 비롯해 전문 방송인들이 진행을 맡는다. '해피투게더'는 대권주자 특집을 위해 여·야 유력 인사들을 섭외 중이다. 시사에 밝은 패널 하나없이 이들이 대통령 예비 후보들을 어떻게 검증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와 TV, 다양하게 공존해야
장점만큼 단점이 많은 정치 예능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까. 정덕현 평론가는 "진지하게 정치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편하게 정치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시사·토론 프로그램만큼 지금보다 다양한 콘셉트와 소재의 정치 예능이 공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