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서도 '중도 하차'가 나왔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17일 대표팀에 8번째 대체 선수가 나왔다.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불펜 투수 임정우(26)가 하차했다. 너무 빨리 몸을 끌어올린 탓에 어깨에 무리가 온 것이다. 대표팀 공식 훈련 일정이 시작된 뒤엔 첫 이탈자다.
임정우를 대표팀 핵심 전력으로 보긴 어렵다. 대체 선수 임창민의 그보다 떨어지는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을 순 없다. 대표팀은 '투수 예비 엔트리' 제도를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할 만큼 '내부 결속'을 도모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미 발탁된 선수의 사기 문제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이런 방침을 깨고 내린 조치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잘해보려는 의지가 독이 된 경우다. 임정우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래도 대표팀 베테랑부터 새내기, 코칭스태프까지도 이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여러 이유로 최초 엔트리에 발탁된 선수들이 이탈했다. 어렵게 28명을 꾸렸다. 추가 이탈은 막아야한다. 컨디션, 부상 관리에 각별해야한다.
이전 국제 대회에서도 종종 컨디션 난조와 부상을 이유로 중도 이탈자가 나왔다. 2006년 제1회 WBC 첫 경기던 대만전에선 주전 3루수 김동주(은퇴)가 주루 플레이 도중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대로 대체 선수(정성훈)와 교체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된 임태훈(은퇴)은 대회 직전까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해 윤석민으로 교체됐다. 임정우와 같은 경우다. 대표팀 사령탑이던 김경문 NC 감독은 당시 "젊은 선수의 사기를 꺾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좀처럼 자신감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에 교체를 단행했다"고 했다. 2009년 대회에선 투수 황두성(당시 히어로즈)이 대회 첫 경기를 이틀 앞두고 낙마했다.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때 대체 선수는 임태훈이다.
중도하차는 아니지만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부상은 훈련과 실전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최정은 2013년 WBC 대표팀의 대만 전지훈련에서 수비 훈련 도중 타구에 눈두덩을 맞는 부상을 입었다. 이후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졌다. 마지막 경기던 대만전에선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정했다. 우규민은 2015년 프리미어12 개막을 앞두고 열린 쿠바와의 '슈퍼시리즈'에서 상대 타자의 타구에 손등을 맞는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전지 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훈련 중에도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하자"는 외침이 자주 나온다. 단계를 밟아 실전용 몸을 만들어야하는 투수진도 마찬가지다. 훈련장을 방문한 'WBC 대표팀 초대 주장' 이종범 해설위원도 같은 내용을 당부했다.
부상 이탈은 전력 약화 뿐 아니라 분위기 저하까지 초래한다. 대회를 앞두고 반드시 피해야한다. 물론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매 순간 되뇌기도 어렵다. 대표팀 외야수 손아섭은 "경기에 나서면 이전에 안 좋았던 부위마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부상 방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 상충되는 두 가지를 모두 해야하는 대표팀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의 어려움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