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외국인 타자 러프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합류해 환하게 웃고 있다. 구단 제공 삼성은 지난 17일 새 외국인 타자로 다린 러프(31)를 영입했다. 늦은 영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입 후보 1순위였다.
삼성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투수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페트릭 영입에 공을 들였다. 러프의 계약 조건은 총액 110만달러(약 12억6000만원). 앞 두 선수와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한 후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다.
신장 192cm에 체중 105㎏의 러프는 삼성이 원한 외국인 선수형에 아주 가깝다. 삼성의 팀 홈런은 지난해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러프는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 히터다. 내외야가 가능한 그는 이승엽과 번갈아 1루수·지명타자로 출장할 전망이다. 오른손 타자로 중심 타선에서 좌타자인 구자욱과 이승엽 사이에 위치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타순은 4번이 유력하다.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해 3년째인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3년엔 빅리그에서 14홈런을 때려냈다. 메이저리그 통산 286경기(833타석) 타율 0.240에 35홈런, 96타점.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8시즌 동안 타율 0.295, 홈런 95개, 414타점을 올렸다.
필라델피아 지역 언론 '필리닷컴'은 "러프는 최근 새로운 길을 만든 에릭 테임즈의 뒤를 따르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81경기에서 타율 0.250, 21홈런, 62타점을 기록한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성공적인 3시즌을 보낸 뒤 밀워키와 3년 1600만달러(184억원) 계약을 하며 금의환향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경력과 잠재력에선 테임즈급이라는 평가다. 테임즈의 성공 사례는 특히 야수들에게 KBO리그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아롬 발디리스와 재계약을 일찌감치 포기한 삼성은 러프를 눈여겨봤다. 삼성은 "러프가 지난해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에서 홈런 20개를 칠 때부터 주목해왔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사실 영입 1순위였다"고 말했다.
계약이 늦어진 이유는 러프의 신분 때문. 그는 최근까지 LA 다저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였다. 지난해 11월 필라델피아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구단 관계자는 "필라델피아 구단과 이적 논의 중에 러프가 이적했다. 다저스에서도 '러프를 기용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자연스럽게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3년 간 4번 타자로 활약한 마우로 고메스와 접촉했다. 계약 총액까지 합의했지만, 고메스가 한국에서 치르기로 한 두 차례 메디컬 테스트 약속을 어겼다. 그래서 삼성은 1월말 고메스와 협상을 중단했다.
다시 러프에게 눈길을 돌렸다. 마침 다저스가 '러프의 KBO리그 이적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파한 자이디 다저스 단장도 러프의 이적에 동의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이 최종 단계에서 이적을 거부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저스는 러프를 주전 1루수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백업 자원으로 여겼다:고 밝혔다.
다시 다른 야수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 와중에 최근 러프 측과 다시 접촉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메이저리그 구단의 전력 구성도 구체화된다. 다저스에서 러프의 입지는 좁아진 상태였다. 사정을 파악한 삼성은 보다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고, 마침내 러프 영입에 성공했다.
구단 제공 이 과정에서 마크 위드마이어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컸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베테랑 스카우트인 위드마이어를 코디네이터로 영입했다. 구단 관계자는 "위드마이어가 러프의 인성과 부상 이력을 모두 확인했다. 에이전트와의 협상 테이블에도 참석해 협의를 잘 이끌었다"고 귀띔했다.
코칭스태프도 반기고 있다.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부터 탐냈던 선수였다. 현장에선 "프런트가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나선 덕에 어렵사리 원했던 선수를 영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