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은 22일 일본 가와사키 도도로키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종 끌려가던 수원은 상대가 저지른 행운의 자책골로 동점에 성공했다. 수원은 이로써 K리그 4개 팀의 ACL 1차전 중 유일하게 승점 1점을 챙긴 팀이 됐다.
이제 고전했던 1차전은 잊고 2차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왔다. 수원은 다음 달 1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광저우는 가와사키보다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라 전망돼 수원의 고심이 깊다.
◇ 강력한 우승 후보 광저우
광저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최고의 팀이다. 지난해 슈퍼리그와 FA 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리그 6시즌 연속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13년과 2015년에는 ACL 우승컵을 거머쥔 명가다. 광저우는 전북 현대가 ACL 출전권을 박탈당하면서 2017년 아시아 최정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광저우는 22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턴(홍콩)과 G조 1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감독부터 선수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광저우 리그 6연패를 이끈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69) 감독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정상급 지도자다.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5번째 우승, 2006년 치른 월드컵에서는 포르투갈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04에서는 포르투갈 준우승의 주역이었다.
2015년 중국 무대로 진출한 그는 역시나 성공적인 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선수들의 투쟁심을 자극하는 리더십 스타일로 '육군병장' 이라는 별명처럼 광저우 선수단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난해 19승7무4패(승점 64)를 챙기며 슈퍼리그 정상에 섰고, 2016시즌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광저우는 스콜라리 감독과 지난해 10월 1+1(1년 계약에 옵션 1년 추가) 계약을 체결하며 그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명장' 밑에 탁월한 선수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파울리뉴(29)는 이번 ACL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2015년 여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을 떠나 광저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아시아 축구에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해 6월에는 브라질 대표팀에 재승선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예선 5경기에 출전하며 존재감을 보여 줬다. 광저우는 지난달 파울리뉴와 2020년까지 연장 계약을 맺었다.
중국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공격수 히카르두 굴라트(26)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19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그는 전방을 지키는 골잡이다. 굴라트는 2016시즌 슈퍼리그 시상식에서 MVP와 최우수 공격수상, 베스트11 등에 선정되며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아 쿼터 자격으로 수비를 맡은 김형일(33)은 한국 축구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 요주의 인물로 떠올랐다. 이 밖에도 가오린(31)과 정즈(37), 장린펑(28) 등 한국에 잘 알려진 선수들도 모두 광저우 소속이다.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어 조직력이 좋다. ◇ 광저우의 '인해전술'… 3·1절 수원 점령하나
광저우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인해전술' 때문이다.
광저우 팬들은 3월 1일에 경기가 열리는 수원으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규모의 중국 원정 응원단이 예상된다.
수원 구단에 따르면 광저우 측은 예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을 사전 방문했고, 원정 팬을 위한 티켓 3000장을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3000장은 '기본'에 불과하다. 광저우 구단은 "우리 팬 규모가 크다.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올 수도 있다. 원정석 규모(3800명)보다 많은 인원이 올 경우 2층도 개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축구 사랑은 비단 광저우 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장쑤 쑤닝의 H조 1차전에는 궂은 날씨에도 1000여 명에 달하는 장쑤 팬이 들어찼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던 이들은 평일임에도 원정 응원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9월 1일 중국과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1차전이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을 때도 추미(球迷·'공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으로 중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별칭)가 몰려들었던 사례가 있다. 원정석인 남쪽 스탠드 1만5000석은 물론 일반 관중석 입장권도 대거 사들였다.
수원은 K리그에서도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유명하다. 공식 서포터즈인 '프렌테 트리콜로'는 22일 가와사키까지 날아가 북과 장구를 치며 열정적인 응원전을 벌였다. 수원 선수단은 서포터즈의 헌신적인 응원 속에 경기 감각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수원의 주장 염기훈(34)은 "중국에서 3000명 이상의 원정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랐다. 하지만 우리 팬의 응원도 대단하다. 경기장에서 멋진 경기력으로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