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이랜드에서 천둥을 동반한 폭우를 뚫고 마라톤 레이스 끝에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6일(한국시간)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최종 4라운드. 양희영은 2라운드에서 대회장에 쏟아진 폭우에 따른 기상악화로 인해 셋째 날 31홀을 플레이 했고, 최종 4라운드에서도 아침 일찍 잔여 5홀 경기를 치르는 등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다. 또 최근 우승은 없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후배 유소연(27·메디힐)과 챔피언 조에서 맞붙는 바람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러나 양희영은 마지막 18홀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아내며 최종합계 22언더파(유소연 17언더파)로 5타 차의 승리를 거뒀다. 22언더파 266타는 2007년 수잔 페테르센과 2010년 미야자토 아이가 보유하고 있던 대회 최다언더파 기록을 1타 경신한 신기록이다.
양희영은 이로써 나흘 내내 안정된 경기력을 앞세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2년 만에 대회 정상 탈환에 성공한 양희영은 LPGA투어 통산 3승째를 챙겼다. 또한 지난주 장하나(25·BC카드·ISPS 혼다 호주여자오픈)의 우승까지 2주 연속 한국여자선수들이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본격적인 LPGA투어 우승 사냥에 나섰다.
5타 차 선두로 출발한 양희영은 비교적 여유롭게 경기를 시작했다. 양희영은 지난 2년간 44경기 동안 우승이 없었고, 추격자인 유소연도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이후 57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두 선수 모두 우승이 간절했다. 이 때문에 두 선수의 대결은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는 양희영과 유소연의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전장 6642야드로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에서 양희영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유소연의 추격을 뿌리쳤다. 올해 첫 출전인 유소연은 지난해 최종전이었던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이어 LPGA투어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양희영은 경쟁자들이 초반부터 추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1언더파로 출발한 3위 김세영이 1, 2번홀 연속 버디로 상큼한 스타를 끊었고, 유소연도 1, 2번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양희영은 2번홀에서 10m 거리의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맞불을 놓았다. 7번홀에서 양희영은 두 번째 버디를 낚아 20언더파로 올라섰다. 여전히 유소연과는 5타 차였다. 9번홀에서 유소연이 버디를 낚아 전반에 둘의 타수는 4타 차로 끝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유소연이 양희영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프린지에서 8m 거리의 까다로운 내리막 버디를 성공시킨 유소연은 17언더파로 올라서 3타 차로 추격했다. 같은 조에서 경쟁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샷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사정 타수 차까지 좁혀지자 양희영의 퍼트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11번홀에서 3m 버디 퍼트가 홀컵을 돌고 나와 달아나지 못했다. 이때 유소연의 실수가 나와 양희영은 잠시 여유를 찾았다. 유소연이 12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한 때문이다. 유소연이 다음 홀에서 버디하며 다시 압박했지만 양희영은 견고했다. 14번홀 그린 주변에서 시도한 칩샷 실수로 6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겨뒀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양희영은 이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특히 양희영은 파4의 15번홀(259야드)에서 드라이버로 과감히 티샷을 한 뒤 1온에 성공하며 6m 거리의 이글 찬스를 만어냈다. 비록 실패했지만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반면 유소연은 2m 버디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둘의 타수는 다시 4타 차로 벌어졌다. 양희영은 이어 17번홀에서 세컨드 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절묘한 벙커 샷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또다시 위기를 넘긴 양희영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며 대회 최다언더파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이 밖에 김세영은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5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인지도 이날 4타(버디 5개·보기 1개)를 줄이면서 최종합계 13언더파로 지난해 챔피언 렉시 톰슨(미국)과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양희영의 우승에 이어 유소연의 준우승, 김세영의 3위, 전인지의 공동 4위까지 한국여자선수들이 1~4위를 휩쓸었다.
한편 최종일 시즌 첫 60대 타수를 적은 박인비는 3타를 줄여 최종합계 5언더파 공동 25위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