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2016년은 프로 데뷔 후 가장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70경기에서 68⅔이닝을 던지며 6승 3패 9홀드 평균자책점 5.77을 기록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경기, 최다이닝, 최다승, 최다홀드 기록이다. 그 동안 늘 따라붙던 '제구력 불안'의 꼬리표도 뗐다.
지난해 삼성 마운드에 이탈자가 많았기에 그의 존재감은 더욱 남달랐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돼 시즌 종료까지 단 한 번도 1군에 내려가지 않은 선수는 백정현이 유일하다.
지난해 경험은 든든한 재산이다. 자신감을 찾게 됐고 몸 관리 방법이나 상황별 투구 요령을 습득했다. 올 시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좌완 필승조로 기용될 전망이다. 그는 "올해는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풀 타임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풀 타임이 목표였다. 이를 달성해 뿌듯하다. 그 동안 매년 아프거나 부진했기에 나름대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나머지 성적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예년보단 아쉬움이 덜한 것 같다. 나한테도 시행착오였던 시즌이다.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참았다? "취미 생활이 많은 편이다. 지인들과 만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난해는 지인과의 약속을 많이 줄였다. 다르더라. 그 동안은 휴식 때 잘 못 쉰 것 같다. 이제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산이 섰다."
-지난해 데뷔 최다인 70경기 출장에 역시나 최다인 68⅔이닝을 던졌다. "나도 70경기에 출장할 줄 몰랐다. 시즌 중반에 (박)근홍이 형이 빠지면서 출장 기회가 많이 늘었다."
-지난해 6승 3패 9홀드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개인 기록도 더 달성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10홀드를 채우고 싶었는데…"
-시즌 중반을 넘어서며 필승조로 기용됐다. "책임감이 더 생기더라. 선발 투수가 어렵게 만들어낸 경기, 특히 앞서고 있는 상황에선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더 생기더라."
-늘 제구력이 문제였다. 그런데 9이닝 기준 볼넷 허용이 2015년 6.43개에서 지난해엔 3.93개로 떨어졌다. "시즌을 앞두고는 '볼넷을 1개도 허용하지 말자'는 목표를 가졌다. 생각만큼 되진 않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단 좋았지만 더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불펜 투수에 중요한 IRS(승계 주자 실점)도 0.353에서 0.250으로 확 줄었다. "어느 중간 투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임감이다. 선발 투수가 어렵게 만든 경기를 지켜줘야한다. 앞 투수가 1~2타자를 막지 못하고 내려간 뒤 내가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하면 앞 투수가 못 던진 것 처럼 보이지 않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시즌 막판에는 4차례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했다. 9월 27일 NC전은 5⅔이닝 2피안타 1실점, 10월 4일 LG전은 5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선발 2연승을 올렸다.
-선발 욕심은 없나? "내가 선택할 몫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직 검증된 선수가 아니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잘해야 된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잘 하는게 중요하다. 선발과 중간은 다른 매력이 있는데 어느 보직에서든 잘해야지.". -선발과 중간으로 뛰며 배운 점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9월 16일 SK전 선발 등판 때 한 이닝에 6점을 내줬다. 중간에 나가서도 1이닝에 6점을 내준 적이 없는데 선발로 나서 '왜 그랬을까'를 한참 생각했다. 선발로 나섰을 때도 구원 등판처럼 생각하고 던졌다. 그러면 안 되는거였다. 보통 중간 계투로 나서면 직구·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데, 선발과 똑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면 타선이 한 바퀴 돈 뒤에는 눈에 익기 마련이다. 아무리 공을 세게 던지려 해도 힘은 떨어져있고. 이후 선발 때는 변화구를 좀 더 던졌다. 구원 등판 때 별로 구사하지 않는 체인지업도 던졌는데 괜찮았다. 반면 구원으로 나서면 중요한 순간을 막아냈을 때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자주 등판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백정현은 지난 18일 요미우리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017년 목표는. "지난해 좋은 기록을 올렸으니 올해는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으로 뛰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