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2차전이 끝난 1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 로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던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69) 광저우 감독이 복도에 서 있던 기자를 불러 이렇게 물었다.
"당신, 한국 사람인가요?"
한국 기자라는 답변을 들은 스콜라리 감독은 '잘 만났다'는 듯 복도 벽면에 설치된 사진 자료물을 향해 열렬하게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잘됐네요~. 저기 브라질 대표팀 소개란에 적힌 감독 말이에요. 이름이 잘못 쓰여 있어요. 다른 사람 이름이에요. 내가 당시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었다고!"
스콜라리 감독이 가리킨 벽면에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우승컵을 차지한 브라질 대표팀 사진과 함께 선수 명단 및 수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한글로는 '루이스 스콜라리'라고 정확하게 썼으면서도, 영문명은 'OLIVEIRA Antonio'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비단 브라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옆 세네갈 대표팀의 감독 이름 역시 한글 표기와 영문 표기가 완전히 달랐다. 당시 세네갈 대표팀 사령탑은 브뤼노 메추(2013년 사망) 감독이었는데 영문으로는 'ARENA Bruce'라고 적혀 있다.
스콜라리 감독은 "관리하는 사람을 보면 꼭 고쳐 달라고 해 줘요. 내가 다음에 왔을 때 꼭 다시 볼 거예요"라고 거듭 당부했다. 목소리는 쩌렁쩌렁했지만 얼굴에는 장난기 있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틀렸다고 질타하기보다는 고쳐 달라는 부탁과 동시에 익살을 부리는 듯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전 세계 축구계에서 손에 꼽히는 '명장'이다.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5번째 우승, 2006년 월드컵에서는 포르투갈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6시즌부터 광저우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팀을 슈퍼리그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최우수감독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광저우는 어느덧 나이 칠순에 접어든 그와 2년(1년 계약에 옵션 1년 추가) 추가 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런 명장이 자신의 이름이 틀렸다며 항의하는데 이를 고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 수원 삼성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빌려 사용 중이다. 다시 말해 스콜라리 감독의 이름 오타 부분은 당연히 지자체 측에서 실수한 것이고 수정도 그쪽이 해야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수원시는 발 빠르게 수정에 나섰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한경구 경영지원팀 팀장은 2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스콜라리 감독의 말씀을 듣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마도 2000년대 초반에 설치를 맡은 업체 쪽에서 실수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재단에서 이번에 문제를 파악하고 긴급하게 조치를 취했다. 현재 수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콜라리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도 함께 전했다. 한 팀장은 "스콜라리 감독께 죄송하다. 다음에 구장에 오실 때는 감독님 성함에 맞게 수정돼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