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산 스프링캠프에선 신데렐라가 여럿 등장하고 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주전 선수 8명이 차출되면서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겼다. 자체 청백전은 물론 일본 구단, 한화와의 캠프 평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두산이 올해 신인 2차지명 1라운드에서 지명한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19)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2라운드 지명 대졸 신인인 김명신과 함께 신인 투수로는 3년 만에 캠프에 참여했다. 마운드에서 두둑한 배짱과 여유 있는 운영을 보여주면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입가에 미소를 안기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명신과 박치국이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게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가 어떻게 저렇게 던지는지 모르겠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인상과 눈빛부터 야무진 박치국은 2일 소켄구장에서 진행된 한화와의 평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배짱이 있어 보인다고 하신다"며 "마운드에서 기가 죽어 던지는 것보다는 자신감 있게 하는 게 보기 좋은 것 같다. 내 공에는 항상 자신감을 갖고 던지려고 한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고교 시절까지 투수와 유격수를 겸했다. 1학년 때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도 받았다. 그는 "야구를 열심히 하려고 하다 수술을 받게 됐다. 재활이 힘들었다"며 "그래도 나는 5개월 만에 공을 던지고 경기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어릴 때 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회복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 지명을 받았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1라운드는 생각도 못 하고 2~3라운드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두산에 먼저 이름이 불려서 정말 기뻤다. 그날이 바로 '나의 날'이었다"고 웃으며 "당시 청소년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하고 있던 친구들과 함께 모두 지명을 잘 받았다. 다들 서로 축하하며 즐거워했다"고 돌이켰다.
이제는 1라운드 지명을 넘어 1군 캠프까지 함께했다. 게다가 5선발 경쟁 후보로도 당당히 거론되고 있다. 박치국은 "처음 캠프에 오기 전에 걱정도 많이 됐는데, 막상 와 보니 다들 잘 챙겨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은 선발 욕심보다는 1군에서 내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 1군에서 계속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당찬 신인답게 목표 하나는 확실하게 품었다. 평생 한 번밖에 잡을 수 없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박치국은 "좀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서 신인왕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