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고척=김민규 기자 '돌직구'의 위력은 여전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투구를 지켜본 모든 이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승환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경찰청야구단과 WBC 공식 시범경기에 11-1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삼자범퇴로 끝냈다. 소속 팀 세인트루이스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 실전 등판을 소화한 오승환은 WBC 대표팀 합류 후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2014년 해외로 떠나면서 고척돔을 경험하지 못한 상황.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이날 열린 마지막 평가전에 나서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출발부터 깔끔했다. 오승환은 선두 타자 유영준을 맞아 초구 직구를 뿌렸다. 전광판에 찍힌 초구 구속은 시속 148㎞였다. 이어 147㎞ 직구를 뿌려 카운트를 올렸고, 136㎞짜리 슬라이더까지 던져 감각을 점검했다.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직구는 시속 149㎞를 찍었다. 이날 최고 구속으로 유영준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후속 타자 양원혁을 맞아 초구 직루를 뿌려 3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후속 타자 김재성을 맞아 오승환은 7구 승부 끝에 145㎞짜리 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승환은 지난 2014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 이적해 2년 동안 활약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해 팀의 뒷문을 책임졌다. 4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선보인 돌직구의 위력은 변함없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오승환의 공은 역시 엄청났다"며 "우리 팀 유니폼엔 영문 첫 글자 'P'가 새겨져 있다. 선수들에게 '피츠버그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있게 스윙하라'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 활약이 기대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승환의 직구를 직접 받은 양의지는 "오승환 선배의 공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투구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였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인식 감독은 "굉장히 애를 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며 "불펜에서도 공은 좋았다. 아직 100%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본선에 맞춰 올리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에 대해선 "대회에 들어가면 150km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은 투구를 마친 뒤 "고척돔에서 첫 등판을 했는데, 마운드의 흙이 MLB와 비슷해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며 "수비를 믿고 던졌다. 몸 상태는 정확한 수치로 말하긴 어렵지만, 좋다고 볼 수 있다. 시차 적응은 무사히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에 대해 "전광판에 149㎞가 찍힌지 몰랐다. 본선이 이틀 남았는데, 첫 등판에서 이 정도 기록이면 만족스럽다. 많은 관중께서 응원해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다"고 응원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