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PO)와 조별예선 1차전에서 보여 준 흔들리는 모습이 아닌 강력하고 탄탄한 팀으로 바뀌었다. 특히 울산은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ACL 2차전과, 포항 스틸러스와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개막전으로 이어지는 연승 행진을 통해 달라진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 줬다.
울산은 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홈 개막전에서 정재용(27)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사실 울산의 숨겨진 '히어로'는 따로 있었다. 갈수록 변화하고 있는 '캡틴' 코바(29)가 그 주인공이다.
코바는 지난달 7일 키치 SC(홍콩)와 PO에서 부상을 입은 김성환을 대신해 임시 주장이 됐다. 외국인 선수로서 동료들을 이끌게 된 그는 지난 2월 28일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ACL 2차전에서 2골을 몰아 터뜨렸고, 포항전에서도 결정적인 도움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이종호(25)대신 최전방을 이끌기 시작했지만, 원래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인 양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장신(188㎝) 윙어인 코바가 전방에서 원톱에서 버티자 큰 키 덕분에 제공권이 살아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코바는 중책을 맡기면 맡길수록 무언가 보여 주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리더' 타입이었던 것이다. 김도훈(47) 울산 감독은 "사실 코바에게 ACL 2차전에 앞서 '골을 못 넣으면 2군으로 내린다고 했었다. 그러니까 골도 넣고 몸싸움도 하고 헤딩까지 하더라. 팀에 희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팀에 새로운 조화를 가져왔다"면서 흐뭇해했다.
주장 효과일까. 팀 전반에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울산 선수들은 가시마 앤틀러스와 ACL 1차전 이후 "비록 지긴 했지만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이 주문하는 것들을 갈수록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선수들끼리 '합'이 맞기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이어 2차전에서 6-0으로 완승을 거두고 주요 공격수들이 골맛마저 보면서 선수단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김 감독은 포항과 경기가 끝난 뒤 "울산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선수단이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 승리의 동력이다. 포항과 동해안 더비에서 승리하면서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부임하면서 '호랑이 같은 철퇴 축구'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중반까지 이끌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보여 줬던 '선공격 후수비' 스타일에서 벗어나 울산다운 강력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다짐이었다. 울산은 브리즈번을 6점 차로 누르고 완승을 거둔 데 이어 포항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은 뒤 1-1로 맞서게 된 후반 41분에도 결승골을 넣으며 공격의 고삐를 계속 쥐었다. "한 골 넣고 지키는 축구는 안 한다"던 김 감독의 말대로였다.
울산의 연승은 시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신임 감독 체제로 2017시즌을 시작한 울산은 ACL부터 K리그 초반 분위기에 따라 팀 시즌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시즌 개막부터 승승장구한다면 울산 팬의 사령탑을 향한 신뢰와 믿음이 더욱 공고해지고, 김 감독의 리더십도 연착륙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