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는 마치 산맥 같다. 안드렐튼 시몬스, 잰더 보가츠, 조너선 스쿠프, 디디 그레고리우스. 모두 메이저리그 소속팀의 주전이며,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타플레이어다. 이들은 네달란드 타선의 핵심이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선수는 없다.
▲ 안드렐톤 시몬스(27)= "체인지업을 던져라"
시몬스는 공격력보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수비로 더 유명한 선수다. 통산 타율·출루율·장타율이 0.261·0.308·0.363으로 '한 방'을 치는 능력은 떨어진다. 하위 타순이나 테이블 세터 자리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주루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연습 경기에서는 1번 타자로 출전했다.
타석에서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볼이 되는 공에는 스윙을 아끼지만, 스트라이크에는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간다. 헛스윙이 적어 삼진을 매우 적게 당하는 편이다. 특히 지난해 패스트볼 상대로는 스윙이 빗나간 비율이 7%에 그쳤다. 물론 성적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공격적인 타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초구에도 적극적으로 배트를 낸 편이었고 헛스윙도 적었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낸 탓에 타석당 투구 수는 3.28개로 리그 평균(3.88개)보다 낮다.
강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는 아니다. 느린 땅볼을 자주 친다. 특별히 당겨 치거나 밀어 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를 상대로 상대팀이 수비 시프트를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구종별로는 포심, 싱커에는 성적이 괜찮았다. 그러나 커터, 체인지업, 스플리터 상대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상대로 재미를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네덜란드전 선발이 유력한 양현종의 주 무기가 체인지업이다. 빠른 승부가 관건이다.
▲ 잰더 보가츠(24)= "2스트라이크 뒤 슬라이더"
보스턴 레드삭스의 주전 유격수지만 시몬스와의 교통정리를 위해 3루수로 나선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지션별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 상을 탔다. 타율 0.294에 21홈런을 기록했다. 여기에 도루까지 13개를 성공시켰다. 젊은 선수지만 외야의 블라디미르 발렌틴과 더불어 네덜란드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다.
공격적인 시몬스와 달리 차분한 성향이다. 타석당 투구 수, 스윙 빈도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타석에서의 여유'가 느껴진다. 스트라이크가 되는 공에도 스윙을 비교적 아끼는 편. 대신 노리는 공과 실투는 확실하게 때려 낸다. 그래서 초구 상대로도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는 등 강점을 보였다. 체인지업 등 완급 조절 구종에도 인내심이 강한 편이다.
지난해 급격히 성장하면서 약점이 거의 없는 타자가 됐다. 타구의 질도 뛰어난 편이고, 방향도 고른 ‘스프레이 히터’라 수비 시프트를 걸기도 어렵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팀들은 보가츠에게 거의 시프트를 걸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우타자가 그렇듯, 2스트라이크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는 취약했다. 또한 체인지업 상대로 타율이 2할 초반 수준으로 좋지 않았다. 어떤 카운트에서도 패스트볼 상대로는 매우 강했다. 직구 승부는 위험하다. 지난해 홈런의 절반이 패스트볼을 때려 낸 결과였다. 승부는 어떻게 2스트라이크를 잡아 가느냐에 달렸다. 여건이 된다면 피해 가는 것도 방법이다.
▲ 조너선 스쿠프(25)= "헛스윙이 많다"
지난해 25홈런을 기록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펀치력 있는 2루수. 2015년 86경기에서 15홈런을 때려 냈다. 확실한 '한 방'이 있는 타자다. 대신 키스톤콤비를 이룰 안드렐톤 시몬스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공격성이 독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62경기에서 볼넷을 겨우 21개만 얻어 냈다. 출루율이 3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볼넷을 기다리는 것보다 치고 나가는 걸 훨씬 선호하는 타자다.
공격적인 성향은 시몬스 이상이다. 이는 스윙 비율 지표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공에 스윙한 비율은 66%였다. 스쿠프는 무려 80%의 빈도로 배트를 냈다. 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40% 이상 비율로 스윙을 했다. ‘공을 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수준이었다. 이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공을 맞힌 비율은 평균보다 떨어졌다. 스윙도 많고 헛스윙도 많은 ‘모 아니면 도’식의 타자로 볼 수 있다.
구종별로는 빠른공 계통에 강점을 보였다. 특히 우투수의 싱커 상대로 많은 안타를 뽑아냈다. 한국 투수들은 싱커를 잘 던지지 않는다. 키가 되는 구종은 슬라이더다. 전체적으로 슬라이더에 헛스윙이 잦았다. 특히 왼손 투수의 슬라이더에 약했다. 하지만 실투가 들어오면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볼카운트 싸움이 필요한 타자다. 스쿠프는 2스트라이크에서는 구종을 가리지 않고 결과가 좋지 못했다. 슬라이더 상대로도 타율이 0.153에 그쳤다. 또한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떨어지는 구종과 완급 조절을 하는 구종에는 극단적으로 약했다. 오프스피드 구종에 대한 취약점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
▲ 디디 그레고리우스(27)= "높은 코스를 공략하라"
뉴욕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지만, WBC에서의 포지션은 지명타자가 될 전망이다.
2년 전까지는 시몬스와 비슷한 수비 위주의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스윙을 짧고 평평하게 수정한 뒤 20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이 폭발했다. 이전까지는 2015년의 9홈런이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보가츠, 발렌틴, 스쿠프의 뒤를 이어 6번 타순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53경기에서 볼넷이 19개였다. 시몬스, 스쿠프와 비슷한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타자다. 스윙 비율도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10% 가까이 높았다. 볼이 되는 공에도 배트를 아끼지 않는다. 헛스윙 횟수는 시몬스, 스쿠프, 보가츠보다 더 많았다. 그 결과 타율 0.276에 출루율은 0.304에 그쳤다.
약점은 높은 공이다.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와 낮은 구역에서는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높은공을 상대로는 2할 정도의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도 3개를 제외하면 모두 낮은공과 가운데 공을 상대로 때려 냈다. 낮은 코스 승부에 집착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구종에 대한 약점은 크지 않다. 다만, 투심과 커브에는 약한 편이었다.
박기태 (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