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여자 축구 최고 '빅매치'인 북한과 맞대결을 앞둔 윤덕여팀이 키프로스컵 정상에 도전한다. 같은 대회에 출전한 북한과는 대진표상 엇갈렸지만 자신감을 충전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키프로스 라르나카의 안토니스 파파도풀로스 경기장에서 끝난 키프로스컵 B조 3차전 경기에서 뉴질랜드를 2-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후반 5분 강유미(26·화천 KSPO)의 선제골과 후반 7분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의 연속골로 상대를 무너뜨리며 대회 2승(1무)을 챙겼다. 1차전에서 오스트리아와 0-0으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한국은 2차전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뉴질랜드까지 완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조별리그에서 승점 7점을 획득한 한국은 B조 1위로 결승에 진출, 9일 스위스와 우승컵을 두고 다툰다.
한국이 키프로스컵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동안 키프로스컵은 큰 부담 없는 테스트 성격의 대회였다. 중요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손발을 맞춰 보고 경기력을 점검하는 것이 키프로스컵의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달랐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북한과 한 조가 됐기 때문이다. 여자 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아시안컵에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을 제치고 반드시 조 1위에 올라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여자 축구 세계적 강호로 이번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상대였다. 이처럼 껄끄러운 상대인 북한과, 그것도 평양 한복판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악조건이 겹치면서 윤덕여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북한도 참가하는 만큼, 임하는 태도부터 크게 바뀔 수밖에 없었다.
윤 감독은 "베테랑들을 축으로 조직력과 전술 완성도를 다지는 차원에서 키프로스컵이 중요하다. 북한도 이 대회에 나서기로 해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맞대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윤 감독은 이번 대회에 나서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 얼굴을 발굴하는 테스트는 잠시 접어 두겠다"고 공언했다. 대신 김정미(33)·조소현(29·이상 인천 현대제철), 유영아(29·구미 스포츠토토) 등 베테랑을 대거 불러들였고 '해외파' 지소연도 소집했다. 혹여 있을 북한과의 맞대결은 물론 대회 자체가 아시안컵 최종예선을 위한 '모의고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는 했지만 북한과 맞대결은 무산됐다. A조 1위가 유력했던 북한은 스위스에 0-1로 패하면서 조 2위로 밀려나 순위 결정전으로 내려앉았다. 북한의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다.
대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18위)에 한 단계 앞서 있는 17위 스위스와 '실전 연습'을 해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키프로스컵 출전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도 함께 얻었다. 조별리그 2경기 연속골로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은 지소연은 뉴질랜드전이 끝난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 우승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북한전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히 가질 수 있다"며 "우승 그리고 북한전 승리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다"고 열의 넘치는 각오를 전했다. 다가올 북한전 못지않게 이번 대회 결승전에 투지를 보이고 있는 '윤덕여팀' 모두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