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최순실씨의 인사 청탁으로 임원 자리에 오른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이 직무에서 면직됐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로 이 본부장이 대기 발령 상태가 됐으며 3월 중으로 은행 측에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현재 이 본부장은 신병 치료를 이유로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현재 글로벌영업2본부장은 이종승 글로벌영업1본부장이 대행하고 있다.
이날 KEB하나은행 노조는 이 본부장을 파면시킬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해당 임원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은행원의 지위를 남용했고 최고 권력에 의지해 자신의 인사를 청탁했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KEB하나은행을 몰고 간 해당 임원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크 지점장으로 지내고 있을 당시 최씨의 부동산 구매 등 현지 생활을 돕고 딸 정유라씨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저금리의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지난해 1월 귀국해 주요 지점인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가 한 달 만에 신설된 글로벌영업2본부장에 승진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한 끝에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거쳐 이 본부장의 승진을 도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이 본부장의 승진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사건 수사를 위해 이 본부장은 물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KEB하나은행 측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도 특검에 소환된 조사에서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탁을 받았지만 청탁과는 무관하게 인사 이동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조직 개편은 이미 예전부터 기획돼 있었다"며 "통합은행으로 출범하면서 해당 부서가 담당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지다보니 본부장이 필요하게 됐고 이 본부장의 실적에 따라서 승진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본부장 본인의 과도한 욕심이 청탁으로 이어졌지만 이를 받아들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