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한유도회에 따르면 양주시청은 지난 3일 유도회 측에 '팀을 해체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5월 창단한 양주시청은 지난 6년간 국내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양주시청은 매년 전국 체전에서 금메달 2~3개씩 쓸어담았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여자 금메달 정다운(28·63kg급), 은메달 김잔디(26·57kg급)와 남자 동메달 김원진(25·60kg급)을 배출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남녀 유도대표팀(총 12체급)에는 김잔디와 김원진, 김성민(30·100kg 이상급) 등 실업팀 중 가장 많은 3체급을 출전시켰다. 또 슬럼프에 빠졌던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29·남 81kg급)도 양주시청에 입단하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성적 지상주의 사회에서 실업팀의 생존은 쉽지 않았다. 양주시 측(이하 시측)은 유도팀 소속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노메달로 돌아온 지 불과 3개월 만인 작년 11월, 유도팀 총 8명 가운데 왕기춘을 비롯한 정다운, 김잔디, 송수근(28), 홍성인(25) 등 5명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모두 2016년까지였다. 이런 가운데 장문경(35) 양주시청 감독도 계약이 만료되면서 여자 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무적'으로 통한 전국 최고의 팀이 불과 100여 일 만에 공중분해 된 것이다.
시 측은 올림픽 영향은 거의 없었다는 주장이다. 유도팀 담당 부서인 양주시 체육청소년과 최상기 과장은 "점점 나빠진 지역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국가대표급 스타 선수 위주로 팀이 구성돼 팀 예산 규모만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과장은 지역 초·중·고교와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6년간 유도팀에는 양주 출신 선수가 1명도 뽑히지 않았다"며 올림픽이 팀 축소·해체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관내 인재육성 문제만 해결되면 유도부 재창단도 고려하고 있다"는 애매한 말만 덧붙였다.
그러나 창단 때부터 유도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의 얘기는 달랐다. A는 "지원 규모에 비해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 문제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올림픽 성적 때문"이라며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시 관계자가 '금메달을 따야 팀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했다. A는 "성적이라는 이슈 외에도 시 관계자들과 지역 관계자들의 정치와 이해 관계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도 선수들 거취에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만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인 B는 "올림픽 한 번의 결과로 하루 아침에 명문팀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게다가 사전에 선수들과 아무런 교감이 없이 이뤄진 시 측만의 결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약 불가 통보 과정도 의문점을 남겼다. 시 측은 선수들의 계약 연장 통보를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한 선수는 "시 측 담당자들이 내년에도 함께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11월이 돼 갑자기 얘기가 달라져 선수들이 당황스러워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실업 유도팀은 전국체전이 끝나는 9월, 늦어도 10월에는 선수에게 계약 의사를 알린다. 이보다 더 늦으면 새 팀을 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문경 감독은 "선수들에게 빨리 알려주지 않으면 자칫 실업자가 나올 수 있다고 수 차례 시 측에 전달했다. 빠른 확답을 원했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우려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송수근이 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평생 입어온 도복을 벗은 것이다. 송수근은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었다. 시 측에 빠른 결정을 부탁했지만 11월까지 묵묵부답이었다"면서 "나중에는 선수도 계약직 신분이니 1개월 전에만 알리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재계약 하지 않는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식적으로는 팀 축소였지만 결과는 해체였다. 시 측은 "잔류 인원 3명과 새 감독을 뽑아 2017년을 꾸리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3개월 동안 시 측은 선수들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선수는 "당장 3월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열리는데 새 감독님은 오시지 않았다"면서 "숙소에서 밥을 선수가 짓고 선수 이동 때 운전도 직접했다.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했다. 결국 이들마저 팀을 떠났다. 김원진은 지난 1월 경남도청에 새 둥지를 틀었고, 김성민과 김재윤은 렛츠런파크행을 택하고 10일 입단한다. 이들이 떠나면서 명문 양주시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장문경 감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예산을 줄여서라도 팀을 꾸려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지도자로 제2의 유도인생을 걷고 있는 왕기춘은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양주시청 마크를 도복에 새기고 싸운 시합은 어떻게 설명하나"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