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사드 배치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마트는 올해 중국 대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사업 확대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가 이들 시장을 주목하는 것은 배타적인 텃새, 치열한 경쟁, 자국 기업 보호 정책 등으로 불확실한 중국 시장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수 2억5000만명의 세계 5위 인구 대국이다. 대형마트 시장도 매년 3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도 중산층이 신흥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형마트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 롯데마트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사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0% 줄어든 반면 베트남은 23.2%, 인도네시아는 3.3% 증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매출 규모는 2015년 3분기에는 중국보다 1000억원 가량 적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격차가 200억원까지 좁혀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롯데마트는 매장 수가 100곳이 넘는데도 매장 수가 절반도 안되는 인도네시아와 매출 차이가 크지 않다"며 "중국은 이미 대형마트 간 경쟁이 치열해 시장 확대 전망이 밝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올해 출점도 두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2015년 베트남 1호점을 연 데 이어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시와 '호찌민시내 투자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오는 2020년까지 총 2억 달러(약 2291억원)를 투자해 대형마트와 수퍼마켓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이마트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중국 사업은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이마트는 한때 중국에서 27곳의 점포를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점포를 차츰 줄여 7개 매장을 운영하다가 오는 5월 임대차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 라이시먼점 매장의 문을 닫을 계획이라 6개 매장만 남는다.
SK플래닛도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태국시장에 오픈마켓 '11street'(일레븐스트리트)를 열었다. 태국은 지난 2013년 터키, 2014년 인도네시아, 2015년 말레이시아에 이은 SK플래닛의 네 번째 글로벌 진출 시장이다. 11번가는 지난해 약 15억 달러(1조8114억원)를 기록한 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어 2020년까지 40억 달러(약 4조5860억원)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태국 방콕 시내면세점 개장을 앞두고 있고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비롯해 태국과 마카오 내 공항에서 해외사업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홍콩첵랍콕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신규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는 중이다. 두 곳 모두 국내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해외사업에 접목시켜 동아시아 영향력을 확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해외 진출의 시발점으로 삼았던 국내 외식업체들도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필리핀 4개, 태국 4개, 베트남 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 상반기 인도에서 1호점 오픈 예정이다. 커피전문점 드롭탑은 지난달 21일 DS인터내셔널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입점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 시장이 매우 크고 중국이 최고 수출국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사드로 인한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유통업체들의 진출국 다변화·사업 다각화 정책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