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약자'도 '절대 강자'도 없는 무대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판도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라운드 소속 블럭(푸에르토리코, 멕시코, 이탈리아)는 물론 참가국 전체에서도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경기 푸에르토리코전 선발 라인업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라인업에 버금갔다.
MVP 출신 호세 알투베(휴스턴), 빅리그 12년 차를 맞는 마틴 프라도(마이애미)가 테이블세터를 이루고, 이미 명예의 전당 헌액이 보장됐다는 현역 최고 타자 미구엘 카브레라(디트로이트), 콜로라도의 주축 타자 카를로스 곤잘레스, 소속팀에서 카브레라의 뒤를 지키는 통산 227홈런 타자 빅터 마르티네즈가 클린업트리로를 형성했다. 아메리칸리그 포수 실버슬러거 살바도르 페레즈, 필라델피아 타선의 중심 오두벨 에레라, 애틀란타의 신성 앤더 인시아테 등이 하위 타선에 포진했다. 결줄 수 있는 팀은 미국 정도가 유이해보였다.
푸에르토리코도 메이저리거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하지만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하비에르 바에즈(시카고 컵스) 등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현재 리그에서의 성적은 대등하지만 국제 무대, 단기전 특성을 고려하면 베네수엘라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푸에르토리코의 11-0 완승. 베네수엘라는 빅리그 1년 차 투수인 세스 루고, 역시 같은 팀 1년 차인 T.J 리베라에게 일격을 당했다. 지난해 선발과 중간을오가며 경험을 쌓은 루고는 베네수엘라 강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 동안 1안타만 내주며 호투했다. 단기전은 경기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베네수엘라는 '킹'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시애틀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나섰다. 루고는 압도적인 경력과 명성, 실력 차이를 극복했다. 타선에서는 지난해 100타석을 조금 더 나선 리베라가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고, 콜드 요건을 갖추는 투런 홈런을 치며 경기를 끝냈다.
베네수엘라는 12일 열린 이탈리아전에서도 난타를 당했다. 지난해 텍사스 소속으로 10승(11패)을 거둔 마틴 페레즈가 선발 등판했지만 4실점을 내준 채 4회까지 끌려갔다. 5회부터 세 번 공격에서 8득점하는 등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점수쟁탈전을 했지만, 마운드 전력은 의구심이 생긴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선수들이 팀 승리를 이끌었다. A조 한국도 생소한 이스라엘의 저력에 당황했다. 최약체도 3할 승률은 얻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에 단기전이라는 의외성까지 더해졌다. 절대 약자는 물론 강자도 없었다. 베네수엘라는 13일 이미 2패를 당한 멕시코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최강'이라는 평가는 이미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