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와 김민희는 시대를 향한 도발의 아이콘이 되기로 작정한걸까.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 당당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6월 불륜설이 처음 보도된 후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영화가 제67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주연 배우 김민희가 은곰상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국내에서 언론시사회를 하더라도 두 사람은 불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영화 제작사 전원사 측은 언론시사회 일정 공지를 하면서 "간담회 참석 여부를 놓고 수 일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오랜시간 '참석 하겠다,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아 일정 고지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참석 하겠다'는 입장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행사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가 됐다. (기자간담회에선) 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히며 두 사람의 참석을 밝혔다.
9개월 만에 국내 취재진 앞에 선 두 사람은 꽤 평온한 모습이었다. 김민희는 포토타임에서 미소까지 지었다. 연출자와 배우 이상의 관계로 발전했다는 그간 보도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처음 입을 열었다.
홍상수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저희는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이런 얘기를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일이고, 시간이 지나다보니깐 다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길래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게 고민이 됐습니다. 보도 때문에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있었는데 근데 뭐 외국에서도 만나는데 한국에서 안 만나기도 그렇고, 정상적으로 영화 만들었으니깐 기자분들을 만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책임져야할 부분입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김민희는 "저희는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며 "그냥 저에게 놓여진 다가올 상황이나 놓여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홍상수의 뮤즈로만 살 계획이냐는 질문에 김민희는 "계획을 두고 목표로 살지 않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합니다. 제가 연기를 할 때 고민하고, 그걸로 모든 걸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지금 저에게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는 일은 너무 귀한 일입니다"고 답했다.
김민희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한 소감도 다시 한 번 밝혔다. "같이 함께 작업한 모든 스태프들에게 보답이 되서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로만 집중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건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을 받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런 평들이 쏟아져나올 때 기뻤습니다"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두 번째 함께한 이 영화는 유부남 감독을 사랑한 여배우의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다. 영화는 크게 1,2부로 나뉘었다. 1부에선 김민희(영희)가 유부남 감독을 사랑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2부에선 그 사랑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내용을 본격적으로 담았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고찰, 사랑에 대한 욕망 등을 함께 그렸다. 유부남과의 불륜 때문에 대본이 들어오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여배우의 고민도 담겼다. 2부의 핵심은 김민희의 취중 신. 유부남 감독 캐릭터를 맡은 문성근이 김민희에게 "예쁘고 좋은 배우다. 아까운 배우다"라고 하면서 사랑에 대해 후회한다는 대목의 말을 연거푸 했다. 이에 김민희(영희)는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감정을 쏟아냈다. 자전적 얘기를 많이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어디까지가 실제 이야기이고 속마음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스토리 자체 만으로도 개봉 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2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