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에 나서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 대신 구자철(28)을 비롯한 지동원(26·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26·레퀴야SC) 등 멀티플레이어에게 공격의 선봉을 맡길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3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23일·중국 원정)과 7차전(28일·시리아 홈)에 출전할 선수 24명을 발표했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손흥민의 대체자였다. 손흥민은 이번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는 결장하기 때문이다. 왼쪽 공격수인 그는 순간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을 주무기로 한국 축구의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다. 손흥민은 마침 이날도 자신의 골 결정력을 뽐냈다. 그는 슈틸리케팀 명단 발표에 앞서 열린 밀월과 2016~2017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팀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슈틸리케팀에게 중국전은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여부를 가리는 승부처가 될 경기다. 한국(승점 10점)은 A조 선두 이란(승점 11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에게 겨우 승점 1점 차로 앞서 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따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을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총력전을 계획 중인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핵심 공격카드로 기존 해외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대안으로 꼽혀 온) 전북 현대 미드필더 이재성마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측면 공격수가 부족하다"면서 "구자철·지동원·남태희 등이 대안"이라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대로라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의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인 구자철이다. 손흥민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 나가는 유형의 선수다.
특히 그는 유럽에서 활약 중인 태극전사 중 유일하게 시즌 시작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게다가 어느 포지션에 투입해도 곧잘 소화할 만큼 다재다능하다. 구자철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대부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팀 사정에 따라 양 측면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총 19경기 중 6경기를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지동원도 구자철만큼이나 멀티 능력이 돋보이는 공격수다. 그 역시 측면 공격수 경험이 있다. 주로 스트라이커로 뛴 지동원은 이번 시즌 리그 24경기 중 7경기를 윙어로 누볐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홈 경기에서도 오른쪽 공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동원은 저돌적인 돌파와 슈팅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손흥민과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태희도 손흥민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태희는 올 시즌 거의 모든 경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만큼 측면으로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막판까지 고심할 전망이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중국전에 나설지 모른다. 여러 가지 옵션을 고려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중국과 경기 승리를 통해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 후반기를 승리로 시작하겠다"고 필승의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