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는 인간적인 히어로의 모습을 극대화시켜 그들에게 일어난 변화와 고민 등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로건’은 강력한 힐링팩터 능력이 사라져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더 이상 슈퍼히어로가 아닌 인간 ‘로건’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배트맨’은 도시를 혼란에 빠트린 ‘조커’와 그의 계략에 빠져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인물 ‘하비 덴트’의 모습을 보며 고뇌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인한 히어로들도 때론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두 영화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히어로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히어로 영화를 생각했을 때 단순히 떠올랐던 다채롭고 화려한 영상미와 달리 '로건'과 '다크나이트'는 각 영화 속 특유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로건'은 이전 시리즈와 다른 감성적인 분위기와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시리즈 최초 청불 영화로의 변화를 꾀했다. ‘로건’의 날 선 클로 액션과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추격씬 등 새로운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크나이트' 역시 이전 ‘배트맨’ 시리즈들과 다른 행보를 걸었다. 만화적 측면이 강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을 유지했고 ‘조커’의 폭주로 무너져가는 고담 시티를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화려한 CG를 동원하기 보단 대부분의 장면을 직접 촬영해 액션의 리얼함을 살리는 동시에 고전 영화로서의 품격을 갖췄다.
두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는 히어로 영화가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만 갖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로건’과 ‘배트맨’ 모두 대의를 위해 행해졌던 살생과 자신 때문에 희생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히어로들이 가진 번민과 고뇌, 성찰에 대한 근본적인 메시지들을 두 영화는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근심과 반성이라는 메시지도 보여준다. '다크나이트'는 ‘조커’의 계략으로 굳건했던 믿음을 상실하고 타락한 ‘하비 덴트’를 통해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이중성을 보여줬다. '로건'은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남겨야 할 유산과 국제 사회의 최대 난제인 난민 문제를 꼬집으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울버린)이 어린 소녀 로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되는 감성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 이후 영화사이트 로튼토마토 94%의 신선도와 IMDB 9.3점 대의 높은 기록을 달성한 것은 물론 전 세계 언론과 평단의 역대급 호평을 얻고 있다. 17년 동안 9편의 작품에서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을 비롯해 ‘프로페서 X’역의 패트릭 스튜어트,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 보이드 홀브룩, 신예 다프네 킨이 출연하고, '앙코르'로 제63회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절찬 상영 중. 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