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2014년 전파를 타기 시작하며 먹방에서 진화한 쿡방이 예능가를 휩쓸었다. 벌써 3년째다. 각 방송사마다 쿡방 예능을 편성하며 유행을 따랐고, '쿡방의 범람'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등장했다. 쿡방은 그렇게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 하고 시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쿡방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단순히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에서 벗어나 예능적 장치를 곳곳에 배치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능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꺼지지 않은 쿡방의 불씨 '냉장고를 부탁해'와 함께 쿡방을 이끌어온 '집밥 백선생'은 올해 시즌 3를 방송 중이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본격적인 요리 강습이 시작된 지난 2월 21일 방송분에서 '집밥 백선생3'는 최고 시청률 3.1%(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이날 방송된 케이블TV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집밥 백선생'을 향한 시청자의 여전한 호응은 아직 쿡방 열풍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최근 tvN '편의점을 부탁해'·올리브TV '요상한 식당'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편의점을 부탁해'는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재료삼아 요리하며 초간편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편의점 쿡방이다. '요상한 식당'은 MC들이 게스트가 요청한 요리를 각자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보는 쿠킹 버라이어티.
두 프로그램 모두 이수근·김용만 등 쟁쟁한 전문 방송인을 MC로 내세워 야심차게 출격했다. 2014년 9월 방송을 시작해 200회 넘게 방송 중인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는 '오늘 뭐 먹지? 딜리버리'로 포맷 변화를 시도했다. 가수 민경훈을 새 멤버로 영입하며 고정팬 뿐 아니라 새로운 시청자를 열심히 유입하는 중이다.
생존 키워드는 혼밥·소통·웃음 식상한 소재라는 지적에도 불구, 여전히 쿡방이 살아남은 것은 생존을 위한 변화 덕분이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시청자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문 셰프들이 출연해 화려한 레시피와 시선을 사로잡는 쿠킹쇼를 보여주는 대신, 평범한 시청자를 위한 간편한 레시피와 함께 '요즘 대세' 혼밥족을 겨냥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여기에 요리가 아닌 웃음을 위한 예능적 요소도 첨가한다.
'오늘 뭐 먹지? 딜리버리'는 시청자 없이는 포맷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MC들은 스튜디오로 배달된 재료를 가지고 각자의 요리를 만들어내 대결을 벌인다. 방송을 본 시청자는 해당 재료를 배달받을 수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과 연계해 유료 배달 상품까지 출시했다.
'요상한 식당'의 경우 요리보다 출연자들의 예능 활약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 또한 요리에 서툰 연예인 MC들이 좌충우돌 요리쇼를 보여준다. MC 김용만은 "요리는 도구에 불과하다"며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출연자들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고 밝혔다.
'편의점을 부탁해'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TV 앞 시청자들도 지금 당장 요리할 수 있는 극현실주의적 레시피를 제시하는데다 편의점 요리는 곧 혼밥족의 주식이다. MC 이수근은 "우리는 전문 셰프가 아니다. 편의점을 다니는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 레시피를 만든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어 1년 이상 방송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