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르 호텔에서는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더쉘' 공식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스칼렛 요한슨·줄리엣 비노쉬·필로우 애스백이 참석, 한국에서 개봉하는 소감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순이 언니'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국내에 수 많은 팬들을 보유 중인 스칼렛 요한슨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 역대급 취재 열기를 이끌었다. 한국에 첫 방문한 필로우 애스백과 한국과 인연이 있는 줄리엣 비노쉬 역시 플래시 세례를 함께 받았다.필로우 애스백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지금 한국에 온지 한 시간 반 밖에 안 돼 아직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다. 다시 한국에 오게 되면 한국어로 꼭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했고, 줄리엣 비노쉬는 "다시 한국에 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에 올 때마다 반겨 주시는 한국 분들을 뵈면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스칼렛 요한슨은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하게 됐다. 늘 오고 싶었다. 기쁘고 기대가 많다. 무엇보다 너무나 큰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으로 오게 돼 더 기쁘다. 훌륭한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완성해서 이렇게 최종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여러 분들도 우리 만큼이나 '공각기동대'에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 "어려워 혼났다" 日애니→美실사화 명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실사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엘리트 특수부대를 이끄는 리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가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을 쫓던 중 잊었던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 후 펼치는 활약을 담은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공각기동대'를 이끈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칸 광고제 그랑프리 수상에 빛나는 인물. "내가 처음 '공각기동대'를 봤을 때는 학생이었다"고 운을 뗀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당시 메이저 머리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영혼 내지는 심리 안에 어떤 것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는 일종의 탐정 언어다. 메이저가 나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스토리다. 원작은 비유·은유·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 영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이끌고 가기는 힘들겠다는 것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여성 투톱 영화로 방향을 바꿨다. 난 메이저를 창조한 사람이 여성이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 역할과 비교할 수 있다. 여성이 더 옳다고 믿었고, 여성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실제 지도자들 중에서도 여성들이 더 많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진정성이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메이저는 암살하는 것을 훈련받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암살자의 룩까지도 갖고 있어야 했다. 무자비한 부분이 필요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대단했다. 물 위에서 싸우는 장면도 눈 깜짝하지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공각기동대' 자체가 유니크하다. 과거 원작을 그대로 존중하고 싶었고, 미래를 더 많이 반영하기를 원했다. 일본 도쿄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이 작품이 굉장히 유명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 더 많은 관객들에게 '공각기동대'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자비한 스칼렛 요한슨표 '메이저'의 탄생 이번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어떠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카리스마와 완벽한 신체적 능력을 가진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을 이끄는 리더 메이저 캐릭터를 맡아 역대급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인다.
스칼렛 요한슨은 "언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눈빛을 영혼에 대한 창문이라고 많이 말하지 않나. 가끔은 눈빛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지 않나 싶다"며 "물론 의식적으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험이 쌓일 수록 노이즈 적인 것은 떼어내는 방법이 생기는 것 같다. 연기는 효율성을 필요로 한다. 그런 것을 또 한 번 배웠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기한 '메이저' 캐릭터 매력에 대해 "사실 즉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 했다"고 털어놓은 스칼렛 요한슨은 "애니메이션은 복잡하고 어려웠다. 실질적인 딜레마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며 "메이저는 정체성에 대해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나의 모습, 과거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을 같이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어려웠던 만큼 연기도 녹록치 않았다. 스칼렛 요한슨은 "5개월 이상 불편한 상태에 있었다. 이 인물이 배신을 당하고 버림을 받는 등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경험한다. 뇌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고, 생각하는 사고 방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다. 이런 것들을 소화하고 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탐구하고 또 하면서 점점 현실화 시켰다"고 덧붙였다.
감정없는 파워풀한 액션에 대해서는 "'어벤져스' 블랙위도우는 과거에는 발레리나였다. 그래서 체조선수처럼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몸 체구를 이용해 싸우는 경향이 있었다. 방어적으로 싸웠다"며 "반면에 메이저는 공격적 전술적으로 싸운다. 준비를 하는데 있어 무기 훈련을 많이 받았다"고 비교 분석했다. 이에 메이저를 탄생시킨 닥터 줄리엣 비노쉬는 "닥터가 메이저를 창조했기 때문에 친밀감과 애착이 있는 것 같다. 창조물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딸 생각도 많이 했다. 연기할 때 실제 내 딸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보호하고 싶고, 돌보고 싶지만 화도 나는 여러 감정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줄리엣 비노쉬는 "연기하기 전 배우들과 많은 준비 과정을 거쳤다. 연습도 하고, 공유도 하고 모든 프레임에서 기적적인 장면이 만들어지길 바랐다. 나는 다섯 장면 정도 나오는데 그 중 강력한 장면들이 있다. 희생·죽음도 있다. 메이저의 삶에 함께 이입했다. 이입이 안 된다면 전달은 힘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탄핵 스칼렛 요한슨에 쏟아진 '정치질문'다만 이 날 기자회견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 질문보다 정치적인 질문을 더 많이 받아야 했다. 평소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색깔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배우인 만큼 트럼프와 탄핵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질문 속에 포함돼 스칼렛 요한슨을 당황케 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대통령이 탄핵 됐는데 알고 계시는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첫 번째 질문에 "저까지 한국 정치적 문제로 끌고 들어가시는군요"라며 미소지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한국 대통령 탄핵은 나도 뉴스에서 들었다. 미국 상황을 봐도 복잡한 상황인 것 같다"며 "하지만 내가 일부러 좀 한국 정계에 관련되서는 말씀 드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지만"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센스 넘치는 배우였다. 그는 "투명 수트를 입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다. 모든 것을 알아낸 다음에 다시 여러 분들에게 답변을 해 드리고 싶다"는 센스 넘치는 입담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반응이 별로네요. 별로 였나요?"라고 되물어 다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제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또 나왔다는 것. 스칼렛 요한슨은 결국 마이크를 들지 않은 채 답변을 거부했다. 대신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나에게 트럼프 질문을 해주지 않아 고맙다. 근데 스칼렛 요한슨도 별로 답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유연하게 넘겼다.
스칼렛 요한슨은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아직도 트럼프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답은 안 하겠다. 뭐라고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저 우리 작품을 많이 봐 주시길 바란다. 정말 많은 분들이, 모든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했다.조연경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