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감독은 지난 21일 "이호준을 이번 시범 경기에서 기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당분간, 시즌 초까지 기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호준은 현재 고양 퓨처스군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호준의 자리는 모창민이 채운다. 김 감독은 "모창민이 지명타자를 맡을 예정"이라며 "최근 타격감이 매우 좋다. 지금까지 노력과 희생을 많이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먼저 기회를 주겠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지명타자 모창민 기용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시즌 종료 뒤 이 같은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캠프에선 본격화됐다. 캠프 명단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제외됐다. 이호준을 비롯해 이종욱·손시헌·조영훈·김종호·지석훈 등 30대 중반 이상의 선수가 대상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NC와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 감독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팀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세대교체와 함께 얻는 효과는 체력 안배다. 베테랑 이호준은 공격력 면에서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 마흔의 나이와 고질적인 무릎 통증 때문에 수비에 나설 수 없다. 그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지명타자뿐이었다. 이호준은 최근 3년 동안 붙박이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지난해엔 11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8·21홈런·87타점을 올리며 에릭 테임즈(밀워키)·나성범과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명타자 이호준은 팀 공격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팀 전체 전력으로 범위를 넓히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지명타자는 팀 공격을 위한 자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박석민과 나성범·자비에르 스크럭스 등 수비를 겸업하는 중심타자들이 체력 관리를 위해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이 팀 전력에 보탬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테임즈가 풀타임 1루 수비를 보면서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지난해 지명타자로 113경기에 출장했다. 삼성 이승엽(135경기) 다음으로 많다. NC·삼성·LG·KIA를 제외한 6개 구단에선 100경기 이상 출장한 지명타자가 없었다. 넥센과 SK엔 50경기 지명타자로 출장한 선수도 없었다. 팀 구성의 차이는 있지만 지명타자 자리를 '체력 안배'용으로 활용했다. 한화도 타선의 핵심인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를 번갈아 지명타자와 1루수로 기용했다.
붙박이 지명타자 이호준이 시즌 초반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모창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김 감독은 모창민이 타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비 위치를 3루에서 1루로 바꿨다. 1루를 맡고 있는 스크럭스의 체력이 떨어질 경우 모창민이 1루 미트를 착용한다. 그러면 스크럭스는 지명타자 출장을 통해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모창민은 이호준이 빠진 공격력을 책임지며, 1루 수비 백업 역할을 해야 한다.
모창민의 최근 타격감은 매우 좋다. 그는 21일 창원 한화전에서 9회 끝내기 솔로포 포함 멀티홈런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모창민 "9회 실책을 저질러 아쉬웠다. 나에게 기회가 오길 바랐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운 좋게 좋은 타구가 나왔다. 지금의 타격감을 시즌 개막까지 이어 가는 것이 목표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