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정해진 투구수를 다 소화하게 했다.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김진욱 kt 감독이 4회까지 15실점을 한 선발 투수 주권(22)을 도중에 교체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권은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안타 16개를 맞으면서 15점을 잃었다. 4회까지 투구수가 92개. 지난 17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넥센 타선에 뭇매를 맞았다.
특히 '악몽의 4회'에만 무려 12점을 내줬다. 1사 1루서 김웅빈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뒤 유격수 박기혁의 실책에 이은 서건창의 적시타로 끝내 역전을 허용했다. 2사 후에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2번 이정후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3번 채태인부터 9번 허정협까지 7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이 안에는 윤석민, 김웅빈, 김민성의 2루타와 대니 돈의 3점포, 허정협의 2점포가 포함돼 있었다.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은 두산 김유봉이 1999년 8월 7일 대구 삼성전에서 기록한 14실점이다. 또 한 이닝 최다 실점은 OB 김강익(1987년)과 한화 유창식(2011년)이 기록한 10실점이다. 주권이 시범경기에서 이 불명예 기록들을 모두 넘어섰다.
김진욱 kt 감독은 이런 상황에 대해 "주권은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1회부터 볼끝에 힘이 조금 떨어지고, 변화구의 각도 밋밋했다. 하지만 등판 전부터 투구수 90개를 목표로 했던 터라 예정대로 계속 던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시즌을 선발로 뛰어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스스로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영리한 선수인 만큼, 걱정하지 않고 다음 등판에서는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주권 역시 의연했다. "오늘 경기에선 볼끝도 안 좋았고 전체적으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 안타를 많이 허용했다"며 "현재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부족한 부분은 코치님과 상의해 보완하겠다. 정규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