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2017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분과 소속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빅리그 입성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3월 26일(한국시간)은 황재균에게 의미 있는 하루였다. 샌디에이고와의 시범경기 전,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투표해 선정하는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자가 됐다. 열정적인 훈련, 경기 태도를 보여준 스프링캠프 새 얼굴에 수여한다. 황재균이 실력 증명은 물론 동료의 신망을 얻고 있다는 신호다.
이어진 경기에선 끝내기 안타를 쳤다. 7-7로 맞선 9회말 무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카를로스 피셔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치며 샌프란시스코에 승리를 안겼다. 시범경기 기록은 22경기 출전·타율 0.308(39타수 12안타)·4홈런·11타점·장타율 0.641. 전날 콜로라도전 좌익수 출전에 이어 이날은 1루수로 나서며 멀티 수비 능력도 보여줬다. 25인 로스터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경기가 끝난 지 몇 시간 뒤엔 마이너리그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더 머큐리 뉴스'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황재균이 기량을 더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선수 측에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만약 트리플A로 가야 한다면 좌익수 수비 훈련을 많이 하겠다"는 황재균의 각오도 인용했다.
이유 있는 전망이다. 우선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의 주 포지션인 3루수에 주전 에두아르도 누네스를 보유하고 있다. 외야 전향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내야수를 고수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한 코너 길라스피가 있다. 구단 입장에선 기량을 가늠할 표본이 부족한 황재균을 개막전부터 쓰는 모험을 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베테랑 내야수 아론 힐을 개막 엔트리에 넣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525경기를 뛴 그는 황재균처럼 초청 선수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를 뛰고 있다. 25인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하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대니얼 김 JTBC 해설위원은 "모든 구단이 가급적 좋은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싶어한다. 계약 파기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일단 엔트리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황재균의 에이전트는 26일 "아직 구단의 정식 통보는 없었다"고 했다. 마이너리그행 통보 시 계약 파기 옵션을 선택할지 여부도 말을 아꼈다. 하지만 황재균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에이전트는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캠프에서 매일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입단 전 만나고 싶어했던 헌터 펜스가 직접 캐치볼 파트너를 요청하자 벅찬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장의 거취에 개의치 않고 빅리그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 수비에도 자신감을 전했다"고 했다. 황재균도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황재균은 오는 31일부터 3일 동안 열리는 오클랜드와의 3연전까지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르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일단 시범경기 끝까지 황재균의 경기력을 확인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재균도 홈구장 AT&T파크에서의 출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시즌 시작보다 끝날 때 소속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황재균은 시범경기에서 빅리거에 어울리는 능력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