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다", "언제 얘긴가요" 이대호-양상문 '훈훈한 설전'

거물로 돌아온 옛 제자가 스승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롯데 이대호(35)와 양상문(56) LG 감독 얘기다. 
 
양상문 감독은 롯데와 인연이 깊다. 부산고 출신인 그는 연고팀에서 선수 생활(1985-1986년)을 시작했다. 은퇴 뒤엔 코치를 거쳐 감독(2004-2005년)까지 역임했다. 양 감독도 "한 팀에서 두 번이나 잘리고, 세 번 재선임된 지도자는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라며 웃곤 한다.  
 
양 감독이 롯데에서 남긴 유산은 이후 팀의 미래가 됐다. 대들보 이대호와 주전 포수 강민호(32) 그리고 정상급 좌완 투수 장원준(32·두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LG에서 리빌딩 초석을 다진 그는 이미 당시에도 젊은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이대호는 2004년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웠다. 강민호는 2년 차(2005년) 100경기 출전, 장원준은 데뷔 첫 해(2004년) 16번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다. 이들 모두 전도유망한 선수였지만 비교적 빨리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대호는 지난 1월 고심 끝에 롯데행을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뒤로 해야 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자 처음으로 다른 팀 사령탑으로 상대하는 옛 스승이 생각난 모양이다. 양 감독은 "(이)대호가 해외(사이판) 개인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기 직전에 전화를 했더라"고 전했다. 양 감독이 "어떻게 된 사연이냐"고 복귀 결정 동기를 물었더니 이대호는 "감독님 괴롭혀드리려 돌아왔습니다'라고 넉살을 보이며 답했다고 한다.
 
2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사제 사이에 훈훈한 설전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팬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양상문 감독을 향해 "이대호 선수가 감독님을 괴롭히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처하시겠느냐"고 물었다.
 
양 감독은 첫 마디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대호의 장, 단점은 내가 훤히 알고 있다"며. 식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투수들에게 이대호의 약점을 다 알켜주겠다"고 했다. 이대호가 잠실 경기에서 유독 강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나 잘 해라"는 솔직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이대호도 응수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약점이 언제적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환호를 자아냈다. 그는 "벌써 감독님을 모신 지 10년이 지났다"며 그동안 최고의 선수가 된 자신을 어필했다. "투수들이 내 약점 존에 던질 수 있을지가 문제다"며 도발을 하기도 했다. 
 
안희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