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감독의 이 한 마디가 올 시즌 KBO리그 최대 화두를 말해준다. '롱런'이라고 했지만, 뜻은 '독주'다. 두산의 3연패 저지. 다른 9개 구단 사령탑의 목소리도 한결같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7일 열린 미디어데이 팬페스트에서 2년 연속 단상 첫 번째 줄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우승팀 특별석이다. 김 감독은 2017시즌 출사표에서 "3연패를 목표로 한다. 2018년 이 시간에도 다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승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다른 팀 사령탑들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목표가 분명했다. 취재진이 "우승 후보를 꼽아달라"고 질문하자 두산의 이름을 들었다. 거명에 그치지 않고, '막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준우승팀인 NC의 김경문 감독은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이기는 게 야구다. 두산이 우승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3연패를 막기 위해 나머지 9개 팀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한 팀의 독주는 리그 발전을 저해한다. 다른 구단들이 그 어느해보다도 다부진 각오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kt를 시범경기 1위로 이끈 김진욱 감독도 "지난해 두산에 3승·13패로 열세였다. 꼭 두산에만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다. 모두 이기고 싶다. 하지만 유독 빚이 많은 팀인 만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산의 우승을 말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특정 팀을 우승 후보로 지목하긴 어렵다"고 약간의 '도발'을 했다. 그는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팀은 당연히 내려올 것이다. 비시즌 동안 모두가 전력 강화를 노렸다. 상대하기 쉬운 팀은 없다"고 했다.
'리그 흥행'이라는 관점에서 양상문 감독의 말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KBO리그는 300만 관중을 회복한 2005년 이후 중흥기를 맞았다. 이 기간 우승팀은 2009년 KIA를 제외하곤 모두 2회 이상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강자에 대한 도전은 프로야구라는 드라마에서 중요한 테마다.
올시즌의 강자이자 '공공의 적'은 두산이다. 그만큼 전력이 강한 팀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우승 의지를 감추지 않은 사령탑도 있다. 당연히 두산을 꺾어야 가능하다. 양상문 감독은 "우승을 하늘이 내려준다. (그 기운을)기다려 보겠다"며 속내를 재치 있게 전했다. 김기태 KIA 감독도 "모든 게 맞아 떨어져야 우승을 할 수 있다. 간절한 마음이 큰 팀이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며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해 부족했던 0.2%를 메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더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SK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 감독은 프로 의식을 강조하며 "매일 밤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도 반전을 노린다. 2017년 KBO리그가 사령탑들의 뜨거운 설전과 함께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