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개막 전에는 "모든 팀의 전력이 강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에서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면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다. 기회를 잘 살리는 팀이 있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팀도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대한 SWOT 분석을 했다.
두산▶ 강점(S)= 두산의 진짜 힘은 오랜 육성 플랜에 따른 탄탄한 국내 선수 전력이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두산의 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46.6승. 3위 넥센 팀 전체 WAR(44.9)보다 높다.
▶ 약점(W)=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5위였다. 약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이유는 선발진이 워낙 많은 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 기회(O)= 프로야구에서 전력 유지 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화수분 야구’는 상대적인 저비용으로도 두산을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니퍼트와 보우덴의 재계약에 320만 달러를 썼지만, 적정한 지출이다.
▶ 위기(T)=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너무 많은 선수가 차출됐다. 전원 30대인 ‘판타스틱4’의 활약은 재연될까. 선발진에 구멍이 뚫린다면 불펜 약점은 더 두드러지게 된다.
NC▶강점(S)=좋은 투수를 키우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KBO 리그다. 하지만 NC엔 성장이 기대되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약점(W)=파워 감소. '나테이박'에서 한 명은 팀을 떠났고, 한 명은 은퇴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팀 득점 순위(2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기회(O)=지난해 팀을 괴롭혔던 승부 조작 사건이 일단락됐다. 심기일전의 계기다. 재계약에 성공한 김경문 감독은 '리빌딩'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위기(T)=적응. 팀 내 최고 타자 테임즈와 2선발 스튜어트가 모두 교체됐다. 스크럭스와 맨십은 좋은 선수지만 리그 적응이라는 변수가 있다.
넥센▶강점(S)=변화에 따른 적응력. 목동구장에서 홈런의 야구를 했던 넥센은 넓은 고척스카이돔에서 도루 1위 팀으로 변신했다. 스마트한 구단 운영은 넥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약점(W)=38세. 에이스 밴 헤켄의 나이다. 조상우와 한현희의 재기가 화두지만 에이스가 투수진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
▶기회(O)=필요할 때 돈을 썼다. 오설리반에게 110만 달러를 투자했다. 심판들이 공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한다면 주 무기인 백도어 커터는 무서운 공이 될 것이다.
▶위기(T)=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장석 대표는 KBO이사직을 사퇴했다. 구단 운영에서 이 대표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오너십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LG▶강점(S)=선발진. 허프·소사·류제국에 차우찬이 가세한 로테이션은 경쟁력이 있다. 차우찬은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매우 강한 투수였다. 지난해 LG 투수진은 피홈런이 가장 적었다.
▶약점(W)=타격. 리빌딩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한국시리즈에 도전할 만한 득점력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지난해 LG 타선의 홈런은 kt 다음으로 적었다.
▶기회(O)=스트라이크존 확대. 허프와 류제국은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할 줄 아는 투수다. 빠른공을 던지는 소사와 차우찬의 높은 스트라이크는 쉽게 맞을 공이 아니다.
▶위기(T)=양상문 감독은 뚝심 있게 리빌딩을 진행했다. 송구홍 단장도 같은 생각이다. 모기업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KIA▶강점(S)=공격력. 지난해 팀 득점 순위는 6위. 하지만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가 가세했고, 안치홍과 김선빈도 복귀했다. 전력 이탈 없이 강화에 성공했다.
▶약점(W)=두산에 판타스틱4가 있다면, KIA에는 빅3가 있다. 헥터는 지난해 니퍼트와 최고 외국인 투수 자리를 두고 다퉜고, 양현종은 국내 투수 중 최고다. 팻 딘은 최고 수준의 제구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4, 5선발이 마땅치 않다.
▶기회(O)=김기태 감독과 프런트는 긴 안목으로 리빌딩을 진행했다. 모든 조건이 좋다. 구단은 과감한 투자를 했고, 주전 2루수와 유격수는 병역에서 돌아왔다. FA로 팀을 떠난 선수도 없다.
▶위기(T)=어깨. 양현종은 늘 어깨를 관리하는 투수다. WBC 대표 선발로 지난 2년과는 다른 루틴으로 3월을 보냈다. 어깨 수술을 받은 윤석민은 6월에야 돌아올 수 있다.
SK▶강점(S)=파워. 지난해 팀 홈런 2위에 40홈런 타자 최정을 배출했다. SK는 문학구장의 특성에 맞춰 파워 히터를 꾸준히 영입했다. 전략적인 선택이다.
▶약점(W)=에이스 부재. 2007년 이후 SK는 처음으로 김광현이 없는 시즌을 보낸다. 그는 대체가 불가능한 투수다.
▶기회(O)=외국인 감독 체제로 맞는 첫 시즌이다. 김성근 감독의 마지막 시즌 이후 SK엔 늘 감독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다. 중량급 외국인 감독의 존재는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
▶위기(T)=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SK는 KBO 리그 최초로 내야 시프트를 적극 도입하는 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초반 실패를 겪으면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생긴다.
한화▶강점(S)=타선의 힘은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팀 득점은 4위였다. 1루수와 지명타자, 2루수와 중견수 포지션은 리그 최고를 다툰다.
▶약점(W)=메이저리그급 투수 두 명을 거액에 영입했다. 오간도의 강속구와 비야누에바의 제구력은 KBO 리그 수준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3번 선발부터는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기회(O)=스트라이크존 확대 시도는 타고투저 현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김성근 야구'가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아진다. 김 감독은 저득점 환경에 강하다.
▶위기(T)=스프링캠프부터 감독과 단장의 불화 소식이 전해졌다. 일이 잘 풀린다면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위기에 빠지면 책임 전가가 일어나기 쉽다.
롯데▶강점(S)=이대호의 복귀로 타선에 경쟁력이 생겼다. 손아섭·강민호·최준석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위력적이다. 팀 득점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향상될 것이다.
▶약점(W)=이대호 영입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 가치가 있는 선수지만 외국인 선수 전력에 투자할 돈이 모자랐다. 팀의 가장 큰 약점은 선발진이지만 외국인 투수 두 명의 커리어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기회(O)=부산의 야구 열기가 되살아날 기회를 맞았다.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산 야구팬들이 늘어났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위기(T)=이웃 동네에는 무서운 공룡이 산다. 롯데는 분위기를 타는 팀이다. 올해도 NC전에 힘을 쓰지 못하면 하위권을 탈출하기 어렵다.
삼성▶강점(S)=불운은 영원할 수 없다. 삼성은 지난해 너무 운이 나쁜 팀이었다. 외국인 선수는 모두 실패했고, 줄부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다.
▶약점(W)=2011년 이후 삼성의 팀 득점 순위가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형우의 공백은 너무 크다. '저득점 야구'에서 이기는 법을 찾아야 하지만 투수진의 힘도 떨어져 있다.
▶기회(O)=라이온즈파크는 개장 2년째를 맞는다. 아직 새 구장 효과는 남아 있다. 삼성은 '자생력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팀이다.
▶위기(T)=라이온즈파크는 짧은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이다. 지난해 삼성은 홈에서 73홈런을 쳤고 상대에게 108홈런을 내줬다. 펜스 조정 시도는 최종 무산됐다.
kt ▶강점(S)=20홈런을 칠 수 있는 2루수가 있고, 3할3푼대 타율의 우익수가 있다. 중견수는 지난해 무려 192안타를 쳤다.
▶약점(W)=그럼에도 지난해 팀 득점은 최하위였다. 실점 역시 1위. 그리고 실책도 가장 많았다.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기회(O)=감독 리더십에 변화를 줬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소통과 자율을 중시한다. 패배 의식에 빠진 제10구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위기(T)='신생팀 특혜'는 끝났다. 지난해까지 네 명을 보유할 수 있었던 외국인 선수는 이제 세 명이다.
최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