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3) 감독 거취가 3일 결정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파주 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이용수(58) 기술위원장을 주재로 기술위원회(기술위)를 연다. 기술위가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혹은 재신임이 발표된다.
기술위에 참석하는 기술위원은 총 10명이다. 김남표(53·KFA 강사)를 비롯해 송주희(40·화천 KSPO 코치)·신재흠(58·연세대 감독)·안재석(40·전북 현대 U-18 감독)·이영진(54·전 대구 FC 감독)·장동진(42·이천 신하초 감독)·정정용(48·KFA 전임 지도자)·정태석(45·스피크재활센터 원장)·조긍연(56·K리그 경기위원장)·하석주(49·아주대 감독) 등이다.
본지는 기술위가 열리기 하루 전 기술위원들에게 입장을 물었다.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의지와 현재 분위기를 밝혔다. 사안이 워낙 민감해 익명으로 목소리를 냈다. 기술위원들은 지난달 30일 비공식 미팅을 한 번 가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얘기가 오갔다. 유임과 경질을 놓고 난상토론이 펼쳐졌고 결론은 나지 않았다.
"6-4 정도로 슈틸리케 감독 경질로 기울었다."
기술위원 A가 비공식 미팅에서 느낀 분위기다. A는 "감독을 바꾸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경기력 기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 번도 시원한 경기를 한 적이 없다. 다음 경기에서 좋아진다는 기대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 발탁과 선발 기용 문제도 많다"며 "중요한 시기다. 최종예선 3경기가 남았다. 감독 변화를 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B는 "감독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B는 홍명보(48) 전 대표팀 감독이 민심을 잃은 뒤 무너졌던 것을 언급하며 "유임을 한다면 확실히 변화를 약속해야 하는데 현재로썬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 전술적인 문제도 있고, 선수들과 소통이 안 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유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기술위원도 있다. 경질에 손을 들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C는 "유임하자니 불안하고 경질하자니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유임을 위해서라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반드시 변화하는 모습을 약속해야 한다"며 "미래 가능성을 확실히 제시한다면 유임이라는 방향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D는 "경질을 원하는 기술위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내 심정도 그렇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누가 땜빵용 감독을 원하겠는가"라고 반문한 D는 "시간이 있다면 새로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3경기를 지휘할 임시 감독, 한국 감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젊고 유능한 한국 감독은 3경기로 감독 인생이 끝날 수 있어 절대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면 "슈틸리케 감독과 의견을 공유하고 전술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코치를 영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확고한 입장을 가진 이가 있는 반면 여전히 고민 중인 기술위원도 있다. 기술위원 대부분이 본업이 있다. 그러다 보니 대표팀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 모든 정황을 파악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E는 "기술위에서 대표팀 현재 상황을 가감 없이 말해 줄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내부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지만 대표팀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 먼저다"고 밝혔다. F는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다른 분들 의견도 들어 봐야 한다. 신중하게 토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위원 6인의 한목소리도 있다.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