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지 수'가 있다하여 '만수'라 불리는 유재학(54) 울산 모비스 감독의 장기는 단기전이다. 정규리그에 비해 경기수가 적고 일정도 '퐁당퐁당(하루 걸러 하루 경기)'으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가 바로 이 단기전이다. 모비스는 3일 끝난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으로 원주 동부를 제압하고 4강에 진출하며 자신들이 왜 '단기전의 강자'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2011~2012시즌부터 6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봄 농구' 단골손님다운 저력을 뽐냈다.
하지만 다음 상대가 만만치 않다. 4강 플레이오프 대진표에서 모비스를 기다리는 건 토종-외인의 확실한 조합과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낸 안양 KGC인삼공사다. 객관적 전력에서 KGC인삼공사의 우위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무리 모비스가 '단기전의 강자'라고 해도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모비스는 올 시즌 KGC인삼공사와 상대전적에서 2승4패로 열세에 처해있다. 유 감독도 "4강에서는 우리가 도전자 입장"이라며 객관적 열세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이처럼 KGC인삼공사와 모비스의 4강 플레이오프 대결 결과를 점치라면 아마 대부분이 KGC인삼공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제압해 통합우승을 이루겠다는 꿈에 한껏 부풀어있다. 전력을 보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꿈이다. 오세근과 이정현(이상 30) 그리고 데이비드 사이먼(35)과 키퍼 사익스(24) 등 리그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내외곽에 버티고 있고, 문성곤과 한희원(이상 24), 전성현(26) 등 백업진도 풍부하다. 여기에 시즌 막판 9연승을 질주하는 등 상승세까지 더해졌다. 우승에 적기가 있다면 바로 이 때다 싶을 정도다.
KGC인삼공사의 전력에 비하면 모비스는 군데군데 불안요소가 산재하고 있다. 네이트 밀러(30)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허버트 힐(33)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상대가 사이먼-사익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콤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힐의 부진은 치명적이다. 힐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종현(23)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종현이 사이먼을 혼자 상대하기는 무리인데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공격력도 KGC인삼공사에 크게 뒤진다. 모비스는 올 시즌 76실점을 허용하며 수비 1위를 기록했지만 득점은 74.6점으로 가장 낮다. 반면 KGC인삼공사는 경기당 84.1점을 꽂아넣어 서울 삼성과 함께 득점 부문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모비스가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팀은 아니다.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반전'을 준비 중인 모비스의 제1 원동력은 역시 단기전의 달인 유 감독의 지략이다. 유 감독은 모비스를 이끈 13시즌 동안 10번이나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바로 그 무대에서 KBL 최초로 플레이오프 50승의 대기록을 작성한 인물이다. 그만큼 단기전에 풍부한 경험이 있고, 양동근(36)이나 함지훈(33), 김효범(34) 등 큰 경기에 강한 베테랑 선수들도 있다. 감독과 선수들의 전술능력, 경험 그리고 집중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단기전에서 모비스가 강한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도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 다르다. 집중력은 물론 경기 자체를 얼마나 즐기느냐에서 차이가 난다"며 "우리 선수들이 이런 부분에서 한 발 앞선다"고 그동안의 경험에서 쌓아올린 모비스의 저력을 강조했다. 양동근도 "정규리그도 재미있지만 플레이오프가 더 재미있고 즐겁다"며 '단기전 강자'다운 여유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