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40분을 앞둔 오후 5시50분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구장 내 구단 대표이사실에서 만났다. 4년여를 끌어온 야구장 사용·수익 허가 계약의 추가 협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합의는 20여 분 만에 이뤄졌다. 기존 25년 계약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4월 말까지 추가 협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윤 시장은 “광주시와 기아차는 상생 관계다. 계약을 벗어나는 추가 협약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앞서 윤 시장은 이날 광주 지역 시민단체와 면담을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5년마다 운영 수익을 재평가한 뒤 추가 수익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윤 시장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와 기아차는 지난 2011년 12월 광주 새 야구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기아자동차가 건설비(944억원) 중 300억원을 제공하는 대신 광주시는 구장 25년 사용·수익권을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13년 1월 감사원이 “시설물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광주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는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광주시와 기아차는 2013년 5월 3일 ‘야구장운영손익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두 시즌 운영 수지를 평가한 뒤 추가 협약을 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봄부터 열린 평가위원회에서 광주시는 흑자, 기아차는 적자를 주장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최종회의에서 ‘25년 운영 시 40억원 적자’라는 결론에 합의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따라 기아차에 구장 운영 관련 추가 지출을 요구할 근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추가 협약과는 별도로 양측은 사회 공헌 기금 출연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아차의 기존 사회 공헌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관계자도 “야구장 운영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종의 ‘갈등 해소 비용’이지만 광주시와 기아차가 일단락한 특혜 시비 재연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4년 여간의 갈등 끝에 KIA 구단은 챔피언스필드의 25년 사용 권리를 재확인받았다. 모기업인 기아차는 ‘특혜’ 논란에서 벗어났다. 시민단체와 대기업 사이에 끼인 꼴이었던 광주시는 명분이야 어떻든 사회 공헌 기금이라는 ‘선물’을 가져왔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산업의 입장에서는 미완의 봉합이다. 챔피언스필드 운영 평가가 ‘적자’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이뤄진 합의다. ‘프로야구단이 야구장에서 수익을 내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합의에서 나오지 않았다. 운영권 획득 비용은 수익성에 따라 재조정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운영이 대기업의 사회 환원과 기부라는 인식에 머무른다면 프로스포츠의 전망은 어둡다.
KBO 고위 관계자는 “야구장에서 흑자가 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 적자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