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홈런이었다. 274일 만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0·LA 다저스)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2015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지난해 7월 8일 샌디에이고전(4⅔이닝 8피안타 6실점)을 통해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팔꿈치 부상을 당해 장기 결장했다. 콜로라도전은 2017시즌 첫 등판이자 무려 274일 만에 잡은 등판기회였다.
실투 하나가 아쉬웠다. 류현진은 4회까지 호투를 이어갔다. 1회 콜로라도 4번타자 놀란 아레나도에게 선제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이후에는 안정감을 찾았다. 2회 수비 실책 2개가 나오는 불운 속에서도 무실점을 기록했고, 3~4회에는 연속 삼자범퇴 이닝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소화했다. 최고구속 92.8마일(149.4km)을 찍은 패스트볼에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면서 타자 타이밍을 빼앗았다.
문제는 5회였다. 류현진은 1-1로 맞선 5회 선두타자 더스틴 가노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던 초구 89.4마일(143.9km) 패스트볼을 공략 당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짐작할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였고, 결국 좌측 폴을 맞고 나오면서 홈런으로 인정받았다. 평정심을 잃은 류현진은 곧바로 투수 카일 프리랜드에게 안타, 찰리 블랙먼에게 볼넷까지 내줘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DJ 르메이휴를 더블플레이로 잡아냈지만 카를로스 곤잘레스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2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가노로부터 시작된 5회 위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을 만한 '결과'였다. 이날 8번 포수로 선발 출전한 가노는 토니 월터스의 백업 자원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홈런이 3개 밖에 없었을 정도로 장타력이 떨어진다. 마이너리그에선 한해 홈런 17개(싱글A)를 때려냈지만 통산 장타율이 0.448에 불과하다. 장타에 장점이 있다고 말하기 힘든 선수였다. 류현진을 흔든 홈런 한 방이 더욱 임팩트가 컸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