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는 9일 오전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다. 김영애 소속사 측은 "김영애씨가 2017년 4월 9일 오전 10시 58분에 별세했다. 고인은 2012년 췌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 했으나, 2016년 겨울 건강이 악화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고 밝혔다.
김영애는 1971년 MBC 공채 3기로 배우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1974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46년 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빙점(1990)'·'가을 여자(1993)'·'그대 목소리(1995)'·'내 남자의 여자(2007)' 등 다양한 드라마와 '설국(1977)'·'비 내리는 영동교(1986)'·'겨울 나그네(1986)'·'애자(2009)'·'변호인(2013)' 등 수많은 영화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건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하면서부터였다. 극 중 대왕대비 역을 맡았던 김영애는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병원을 몰래 오가며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종영 직후 9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몸무게가 40kg까지 줄었다. 힘든 고비를 넘긴 뒤 가족과 지인들은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설득했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생전 지인들에게 "연기를 해야 아픈 것을 잊고 버틸 수 있다"면서 연기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고 김영애는 건강 상태가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메디컬 탑팀'·'미녀의 탄생'·'킬미 힐미'·'마녀 보검'·'닥터스'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변호인'·'우리는 형제입니다'·'현기증'·'카트'·'인천상륙작전'·'판도라' 등이 모두 그가 병마와 싸우면서 출연한 작품이다. 촬영 중 피로누적으로 건강이 악화될 때면 조용히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가족들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유작이 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지난해 8월 첫 방송돼 지난 2월 끝난 54부작 드라마. 종영까지 병원을 오가며 힘 겹게 마무리했다. 당초 50부작 출연 계약을 했던 김영애는 촬영하면서 건강 악화로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있어 당초 약속했던 50부까지만 출연하고, 추가 4회 연장은 제작진과 상의 끝에 하지 않았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김영애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신구는 9일 일간스포츠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하면서 김영애씨는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지만 같이 촬영하는 배우들은 힘들어 하는 게 너무 눈에 보였다. 병원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끝까지 드라마를 완주하려고 힘을 내더라"고 전했다. 이어 신구는 "배우 김영애씨는 수 많은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지고 사랑 받은 배우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끝까지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한 배우다. 시청자들과의 약속 때문에 쉬지도 못 하고 끝까지 드라마를 완주했으니…"라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