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스터'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5차전 혈투에 지친 서울 삼성을 이끌고 4강 플레이오프 첫 승을 따냈다.
삼성은 1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서 홈팀 고양 오리온을 78-61로 완파하고 승리를 가져갔다. 5전3선승제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선취한 삼성은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75%의 달콤한 보상으로 피로를 달랠 수 있게 됐다.
◇경기를 지배한 라틀리프 라틀리프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33득점 19리바운드 더블-더블은 물론, 자신을 철저하게 마크하는 오리온의 더블팀을 피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을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뽐냈다. 삼성이 5차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추일승 감독이 "뛸 선수는 다 뛰더라"고 답한 것처럼, 이날의 라틀리프에게서는 체력적인 문제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리온 패배를 부른 '슛 난조' 오리온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슛 난조는 추격조차 꿈꾸기 어려울 정도로 오리온의 발목을 잡았다. 야투 성공률 47.7%(44개 중 21개 성공), 3점슛 성공률 22.2%(27개 중 6개 성공)의 저조한 기록은 삼성이 '타짜 부대'로 부르며 경계했던 오리온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2주 간의 휴식으로 인해 경기력이 저조해지지 않을까 우려했던 부분이 들어맞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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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추일승 오리온 감독="2주라는 시간이 굉장히 길더라. 선수들 감각이 무뎌질까 연습경기도 했는데,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김동욱은 이번 시리즈 출전이 힘들 것 같다.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라고 흥분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자고 얘기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우리나 오리온이나 점수를 많이 주고 받았는데 주지 않을 점수만 안내주면 된다고 본다. 실책 관리가 중요하고 외곽을 거칠게 수비하려고 한다. 슛을 안줄 수는 없겠지만 주더라도 어렵게 주자고 했다. 체력면에서 우리가 불리하니 정신력으로 하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1쿼터 : 16-16, 달아날 듯 달아나지 못한 경기 시작을 알린 건 문태종의 깨끗한 3점포였다. 오리온이 장기인 외곽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자 삼성은 라틀리프의 미들슛으로 곧바로 맞불을 놨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두 팀 모두 슛감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먼저 도망칠 기회를 잡은 건 삼성 쪽이었다. 삼성은 김태술과 라틀리프, 김준일이 연달아 득점을 올리며 8-5로 역전해 앞서 나갔다. 하지만 오리온은 헤인즈의 연속 득점과 전정규의 외곽포로 다시 8-12 리드를 잡았고, 문태종의 레이업으로 2점을 추가하며 점수차를 6점으로 벌렸다. 그러나 삼성은 라틀리프가 더블팀을 뚫고 기어코 골밑 득점을 올린데다 1쿼터 종료 직전 터진 주희정의 3점에 힘입어 16-16 동점으로 2쿼터에 돌입했다.
◇2쿼터 : 43-24, 라틀리프 막으려다… 1쿼터 막판부터 흐름을 탄 삼성은 2쿼터 오리온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주희정의 미들슛으로 공격을 개시한 삼성은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골밑에서 득점을 뽑아내며 오리온과 점수차를 벌려갔다. 특히 라틀리프는 오리온의 견제를 뚫고 적극적으로 골밑을 공략, 원핸드 덩크까지 선보이며 존재감을 뽐냈다.
삼성이 도망치자 오리온은 조급해졌다. 오데리언 바셋과 정재홍이 번갈아 투입됐지만 오리온의 흐름을 바꾸는 리딩은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도 경기력도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헤인즈는 자유투 2구마저 모두 실패하는 등 오리온은 점점 더 수세에 몰렸다.
오리온이 2쿼터 8분 동안 단 2득점에 그치는 사이 삼성은 임동섭의 3점과 크레익의 연속 득점에 바스켓 카운트까지 엮어 36-18, 더블 스코어를 만들었다. 오리온은 헤인즈와 장재석의 연속 득점으로 뒤늦게 추격에 불을 당겼지만 이동엽이 외곽포를 포함해 5점을 추가하며 두 자릿수 점수차를 지켰다. 라틀리프는 더블팀을 당하면서도 전반에만 14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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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쿼터 : 61-36, 3연속 3점도 추격에는 역부족 19점차로 뒤진 채 3쿼터를 맞은 오리온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3점이 절실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이승현이 3점으로 포문을 열었고, 문태종과 헤인즈가 연속 3점을 성공시키며 추격 분위기를 만들었다. 연달아 터진 3연속 3점슛 덕분에 점수차는 47-35, 12점차로 좁혀졌다.
하지만 점수차는 그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 오리온은 종횡무진하는 라틀리프를 막지 못하고 연달아 점수를 내준데다 득점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55-35, 20점차로 끌려갔다. 삼성은 라틀리프의 맹활약 속에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하며 3쿼터를 61-36으로 마쳤다.
◇4쿼터 : 78-61, 삼성의 여유로운 기선 제압 2, 3쿼터에서 벌어진 점수차는 4쿼터 10분의 시간 동안 뒤집기엔 너무나 컸다. 삼성은 멈추지 않는 라틀리프의 활약 속에 4쿼터에도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여기에 추격의 의지를 꺾는 임동섭의 3점까지 터지면서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났다.
결국 삼성은 체력적 열세를 뒤집고 1차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며 이번 시리즈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됐다. 반면 오리온은 2차전까지 경기력을 끌어올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야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