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록밴드'라는 수식어를 공연으로 증명했다. 밴드 결성 19년 만에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 콜드플레이는 오직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밖에 할줄 몰랐지만 노래를 통해 더 큰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콜드플레이는 22번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주인공으로 15·16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열었다. 지난 15일 공연엔 약 5만 여 관객이 입장해 스탠딩부터 지정석까지 자리를 빈틈없이 채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예매 당일 두 곳의 예매사이트 동시접속자수가 최대 약 90만 명에 이르며 양일 9만 석에 달하는 좌석이 1~2분 만에 모두 매진됐다"고 말했다. 잠실주경기장에서 해외아티스트가 이틀 연속 단독콘서트를 여는 것은 콜드플레이가 처음이다. 이들은 16일 다시 한 번 컬러풀 잠실을 만들 예정이다.
공연 콘셉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각효과. 관객들은 원격자동조정이 되는 LED밴드(자일로 밴드)를 착용하고 다채로운 조명쇼를 다함께 만들었다. 노래에 어울리는 색깔로 시시때때 변하는 손목 조명이 장관을 이뤘다. 이와 함께 무대 중앙에서 쏘는 레이저와 관객석에서 나오는 네온불빛이 어우러졌다. 스탠딩석에선 색깔 풍선들이 떠오르며 축제의 현장에 정점을 찍었다.
콜드플레이는 '어 헤드 풀 오브 드리즈'로 오프닝을 열고, '옐로우' '에브리 티어드롭 이스 어 워터폴' '더 사이언티스트'로 열기를 이어갔다. '매직'에선 팬들이 휴대폰 불빛을 다같이 모아 파도를 탔다. 콜드플레이는 태극기를 펼쳐 흔들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관객들의 떼창에 노래를 부르다가 "오 땡큐"라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크리스 마틴은 "유일하게 배운 한국어가 바로 '감사합니다'다. 놀라운 에너지를 받았다. 정말 멋지고 감사하다"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연신 내뱉었다.
한국 팬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무대는 바로 '픽스 유'와 '비바 라 비다'. 크리스 마틴은 '픽스 유' 도입부를 무대 중앙에 누운 채 불러 눈길을 모았다. 앞서 그는 4월 16일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수많은 별 중 하나를 정해 감사한 마음을 담는다.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노래로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세월호 3주기 추모를 겸해 '픽스 유'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비바 라 비다'는 손석희 앵커가 박근혜 탄핵 인용 보도 당시 JTBC '뉴스룸' 엔딩곡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콜드플레이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상황을 노래에 담았다"면서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이 노래가 사용된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히어로' '인 마이 플레이스' 어 스카이 풀 오스 스타스' '업앤업' 등을 포함한 총 23곡을 러닝타임 120분 동안 선보였다. 메인무대와 서브무대 두 개 등 공간을 넓게 사용하면서 잠실주경기장을 찾은 관중들 전부를 아우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첫 내한 소감에 멤버들은 "20년 동안 연습을 하느라 늦었다"는 너스레로 입을 뗐다. 윌 챔피언은 "20년 밴드 생활을 했는데 왜 한국에 방문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투어 일정엔 처음 가는 나라들이 많다. 한국을 포함해 대만과 필리핀이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가이 베리먼은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크리스 마틴은 "오랜 기간 우리를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싸우스 코리아 송'을 선곡했다. "한국에 와서 그대들을 만나 행복해, 나는 '강남스타일' 댄스를 좋아해"라는 가사로 한국팬을 위한 특급팬서비스를 더했다.
공연을 마친 뒤 네 멤버는 어깨동무를 하고 인사를 했다. 손을 흔들며 관객들과 마지막까지 교감했다. 크리스 마틴은 공연장 바닥에 입을 맞추며 19년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전했다. "여러 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관객이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콜드플레이는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 조니 버클랜드(기타) 가이 베리맨(베이스) 윌 챔피언(드럼) 네 멤버로 1998년 결성돼 2000년 데뷔앨범 'Parachutes'(파라슈트) 이후 7장의 앨범을 내고 7번의 그래미 어워드와 9번의 브릿어워드 수상, 8천만장의 앨범 판매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세계적인 록그룹이다. 19일 일본 도쿄 돔에서 월드투어를 계속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