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감독은 지난 7일 인천 NC전부터 4번 타자로 외야수 김동엽(27)을 기용 중이다. 개막전 4번 타자였던 정의윤이 시즌 초 부진에 빠지면서 5·6번 타순에 배치됐던 김동엽을 위로 올렸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SK는 4번 타순에 변화를 준 9경기에서 7승을 기록했다. 김동엽은 이 기간 타율 0.382(34타수 13안타)·3홈런·1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676)과 출루율(0.405)의 합인 OPS가 1.081. 14일부터 열린 한화와 원정 3연전에선 타율 0.545(11타수 6안타)·2홈런·7타점으로 팀 전승을 이끌었다. 15~16일 경기에선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예상을 깬 기용이다. '마이너리그 유턴파' 김동엽은 2016 2차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6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순위에서 보듯 구단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였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6(143타수 48안타)·6홈런·23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한 방을 갖춘 오른손 파워 히터의 자질을 드러냈지만 4번 타자를 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지난해 143타수에서 4번 타순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위 타순인 7번(38타수)과 8번(49타수)에서 주로 뛰었다. SK는 최근 3년 동안 정의윤(730타수)·이재원(348타수)·박정권(124타수) 등이 4번 타자로 기용됐다. 4번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의 전유물이었다.
힐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꾸준하게 김동엽을 눈여겨봤다. 김동엽은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타율 0.375·3홈런·6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938에 달했다. 시범 경기에서도 타율 0.316·2홈런·10타점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보였다. 정확도와 힘을 갖춘 타자로 성장했다. 힐만 감독은 김동엽에 대해 "타석에서 대처 능력이 있다. 맞추는 능력도 있는데, 파워도 좋다"며 "SK의 미래가 될 자질이 있다. 능력도 갖고 있다. 팀의 중요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분간 4번 타순은 김동엽으로 고정될 전망이다. 힐만 감독은 "지금 대단히 잘해주고 있다. 지금의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 준다면 지속적으로 4번 타순에 기용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