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기무(38)의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이 JTBC 금토극 '힘쎈여자 도봉순'을 만나 빛을 발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더욱 각별하다. JTBC 역대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이고 황현동이라는 역을 만나 코믹스런 모습으로 시청자들에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 더구나 그의 곁엔 임원희, 김원해 등 든든한 선배들이 함께했다. 너무도 행복했던 현장이었다고 회상하며 추억에 잠겼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그간 공연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했다. 방송은 2014년에 데뷔했다. 촬영 현장은 아직도 새롭다. 4년 정도 한 것 같은데 매일 매일이 새롭다."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지난해 12월에 이순재 선생님의 60주년 기념 공연을 같이했다. 이순재 선생님이 아버지, 내가 큰아들 역할을 했다. 연기 첫 스승님이 이순재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60주년 공연에 함께 서니 감격스러웠다. 스스로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10년 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순재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3시간 정도의 공연이었다. 선생님이 팔순이 넘으셨는데 선생님 대사가 650마디인가 그랬다. 영화 한 편보다 더 많은 양의 대사라고 하는데 역시 대배우가 되기 위해선 본인의 체력관리부터 해서 모든 게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재와의 첫 만남은. "이순재 선생님이 지도 교수님이었다. 연기라는 걸 아예 모를 때 만났다. 항상 수업 1~2시간 전에 오셔서 공연 제작 지도를 해주셨다. 대사들을 다 체크해주셨다. 저 역시 선생님을 보고 배워 촬영 시간이나 공연 연습시간에 절대 늦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배우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운동을 좀 오래 했다. 야구선수 출신이다. 야구로 대학을 갔고 프로야구팀(한화 이글스)도 들어갔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 쪽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예술대학교에 몰래 시험 보려고 하기도 했다. 운동은 직업으로 바로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자의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학도 운동으로 가고 프로야구단에도 들어갔는데 25살 정도 되고 나니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6살 때 야구를 그만뒀다.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오고 연극영화과 시험을 봤다. 졸업하고 데뷔했다. 올해가 딱 10년이 되는 해다. 2008년에 연극으로 대학로에서 데뷔했다. 10년 정도 일했는데 한 번도 지겹거나 후회한 적 없다."
-야구를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아까운 것도 없었다. 부모님이 속상해하셨다. 거의 20년 가까이 운동했는데 하루아침에 그만둔다니 놀라셨을 것이다. 체육교육과를 나왔으니 운동을 그만둬도 교직에 몸을 담은 줄 아셨는데 연기를 한다고 하니 집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졸업하고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금전적으로 힘들었다. '운동할 때 돈 좀 모아둘걸'이라고 후회한 적은 있지만 그 외엔 없었다." -요즘 부모님 반응은 어떤가. "좋아지셨다. TV에 나오니 좋아하신다. 운동 그만두고 아버지랑은 몇 년 동안 얘기도 못 나누곤 했다. 배신감이 너무 크셨던 것 같다. 하지만 TV에 나온 이후로부터는 좋아해 주시고 모니터도 해주신다."
-'딸바보'라고 들었다. "2013년 12월에 결혼해서 현재 10달 된 딸과 아내 뱃속에 10주 된 둘째가 있다. 어깨가 무겁지만 마음이 행복하니 괜찮다. 와이프에 고마워하면서 살고 있다. 와이프랑 딸이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둘째도 딸이었으면 좋겠다."
-아내는 어디서 만났나. "아내 역시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뮤지컬 '모차르트'를 하면서 만났다. 석 달 넘게 쫓아다녀서 만났다. 장인어른도 배우시다. 김진태 선배님이신데 딸이 만나는 사람이 배우라고 하니 처음엔 굉장히 싫어하셨다. 장인, 장모님 인사드리러 간 날 장인어른이 안 나오셨다. 하지만 장모님께 내 이야기를 듣고 며칠 후 다시 만났다. 보자마자 비슷한 체구에 '내 과구나!'라며 좋아하셨다. 그때부터 편해졌다. 지금은 어머니, 아버지처럼 지내고 있다. 바로 옆집으로 이사 오셔서 매일 손녀딸을 보러 오시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들어오는 작품에 최선을 다할 생각인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존에 악역이 많았지만 조금 다른 차별화 된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우리나라 배우 중 누가 제일 나이가 많지?' 이러면 '김기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죽을 때까지 연기한다는 게 매력 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연기를 그만둬야 할 시기가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때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