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부티크 104호)에서는 '제53회 백상예술대상 후보작상영제(이하 '백상 후보작상영제')'가 열렸다.
'백상 후보작상영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최되는 이벤트로, 이번 상영제는 평론가·칼럼리스트와 함께 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 작품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Guest View)가 진행된다.
23일 '아가씨' '아수라'에 이어 26일에는 김태훈 칼럼리스트와 함께 '곡성' 상영제가, 27일에는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과 민용준 에스콰이어 에디터 진행으로 '밀정' 상영제가 개최된다.
'백상 후보작상영제'가 소개한 두 번째 영화는 '아수라(김성수 감독)'. '아수라'는 지옥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놈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정우성·황정민·곽도원·정만식·주지훈 등 충무로에서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개봉 당시 단순한 액션영화를 뛰어넘는 하트코어적 장면들로 인해 극과 극 평가의 중심에 섰던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 누군가에게는 아수라장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수라' 한 편만 몇 십 편을 관람한 관객이 있을 정도니 작품성의 가치를 논하기에는 충분하다. 총 누적관객수는 259만4104 명이다.
이 날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김태훈 칼럼리스트의 진행 아래 약 30여 명의 관객들이 '아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훈 칼럼리스트와 관객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때로는 반론을 펼치면서 영화 만큼 피튀기는 설전을 이어갔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는 추첨을 통해 4명(1인2매)의 관객에게 53회 백상예술대상 참석 티켓을 증정했다.
※'53회 백상상영제·아수라①'에서 이어집니다. - 관객질문 1: 아수라'는 개봉 당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난 지금도 '호' 쪽이다. 해외에서는 호응이 더 많았다고 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의견이 갈릴 수 밖에 없었을까.
"이 자리는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후보작들을 주제로 하는 GV이기 때문에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분들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파국 이외에는 일방적으로 한 쪽이 한 쪽을 구타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있다. 쌍방이 같이 싸우면 팝콘을 먹으면서 깔깔깔 즐길 수 있는데 '아수라'는 조금 다른 작품이다. '액션 느와르'라고 표현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객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있으면 그 사람을 따라가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데 '아수라' 속 캐릭터들은 누구 하나 마음 둘 곳이 없다. 정우성 씨는 처음부터 비리 경찰로 등장하고 다른 캐릭터 역시 흠이 많다. 처음 '아수라'를 봤을 때 '배트맨 없는 고담시 같다'는 평을 했다. 모두가 고담에 있는 갱 조직 일원 같은 느낌이 들더라. 서로가 서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장면도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절정을 찍는다. 쉽지 않은 영화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관객질문 2: 영화 시작부터 캐릭터 설정집은 사실상 없는 영화다. 그래서 '아수라'라는 제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일부러 관객이 이입하지 못하도록 캐릭터를 악당으로 설정한 것인지, 설정집을 빼 버린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런 부분도 없지않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캐릭터 전사라고 한다.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나'.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면 친절함은 느껴졌겠지만 감독이 의도한 톤의 영화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드라마가 들어가는 순간 상남자의 마초 성격이 강한 영화 톤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 중 정우성 씨와 그 아내의 관계가 등장한다. 정우성 씨가 바람 핀 장면을 녹화해 협박 하는데 이는 정우성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마저 차단 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그 장면은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 이미 차고 넘치는 비리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협박하지 않아도 괜찮았을텐데 굳이 넣은 이유는 '그래, 저 사람은 저럴 수밖에 없었어'라는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 뜨리려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플래쉬'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해석한다. 개인적으로 다르게 느껴졌던 지점은 두 장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괴롭힘으로 자살한 남학생 이야기 하면서 교수는 거짓말을 한다. '교통사고로 죽었고 내가 좋아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학생은 본인이 일부러 대시해 사귀게 된 여자친구에게 '난 이제 열심히 드럼을 쳐야 하기 때문에 널 만날 수 없어'라며 일방적 이별 통보를 한다. 영화의 메시지만 따지면 없어도 되는 장면들이다.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감독이 굳이 넣은 이유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아주 싸가지 없는 두 인간이 끊임없이 싸우는 이야기 입니다. 어느 미친 나이 든 남자와, 서서히 미쳐가는 젊은 남자가 싸우는 영화로 기억해 주십시오'. 이 영화 역시 그런 의미에서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부분을 차단하는 것 아닐까 싶다."
- 관객질문 3: 관객이 캐릭터에 이입한다면 더 영화에 집중하고 영화를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평 대로라면 감독은 왜 굳이 차단을 하면서까지 관객들과 선을 그으려고 했던 것일까.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돼야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있다. 드라마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 우리가 '캡틴 아메리카'를 보면서 내 감정을 이입 시키지는 않는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건 감독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관객질문 4: 나 역시 이 영화를 두 번째로 본다. 이전에 봤을 때와 똑같이 느꼈던 부분은 보통 협박을 하면 언제나 그 협박이 먹힌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영화의 장치에서 반항을 하거나 도피 탈출을 하려고 할 때마다 협박이 들어오는데 그 협박은 늘 먹히더라.
"효용성에 대해 100% 뭐라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검사도 사실은 돈 앞에서는 당당했다. 마지막에 무너지는 것은 폭력이다. 남을 폭력하는, 즉 가해는 했지만 폭력을 당해본 적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지막에 알려준다. 거기엔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선하게 산 사람들에게는 그런 협박이 먹히지 않는다. 협박은 결국 비리와 얽혀 있다. 협박이 빈번하게 설정된 인물들 그 자체가 선인이 아닌 수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구린 것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