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KBO 리그 도루왕은 박해민이 차지했다. 2015년에는 60개, 지난해엔 52개였다. 압도적이었다. 2015년 2위 박민우(NC·46개)와는 14개, 지난해 2위 손아섭(롯데·42개)과는 10개 차였다. 올해 강력한 도루왕 후보로 박해민이 꼽힌 건 당연했다.
하지만 시즌 1호 도루는 좀체 나오지 않았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첫 도루가 기록됐다. 삼성의 시즌 15번째 경기였다. 도루 시도 자체가 적었다. 첫 도루 시도는 팀 14번째 경기인 16일 사직 롯데전이었다. 이때는 도루 실패였다.
박해민은 도루 시도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팀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개인 욕심을 내세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팀이 뒤진 상황에서 자칫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크게 처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물론 미완의 도루 시도도 있긴 했다. 두세 차례 도루를 시도했지만, 타석에서 파울 타구가 나오는 바람에 허탈하게 귀루한 적도 있다. 그 자신의 문제도 있다. 지난주까지 시즌 출루율이 3할에 미치지 못했다. 1루를 밟지 못하면, 2루로 뛸 기회도 사라진다.
하지만 첫 도루 이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는 21~22일 NC전서 각각 도루 2개, 1개를 성공시켰다.
"팀 상황을 고려해 뛸 수밖에 없다"는 말처럼 도루는 귀중한 순간에 나왔다. 시즌 첫 도루는 18일 3-3 동점이던 연장 12회말 성공시켰다. 21일 NC전 1회말엔 리드오프로 안타를 치고 나가 2사 1루에서 도루를 추가했고, 선제 득점까지 올렸다. 이어 4-4로 맞선 연장 12회말 2사 1루에서 또 베이스를 훔쳤다. 다음 날엔 2-3으로 뒤진 3회말 1사 1루에서 도루를 성공시켰고, 이후 적시타 때 동점 득점을 올렸다.
삼성은 지독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다. 팀 득점 순위는 9위로 추락한 상태다. 장타율도 8위와 큰 차이가 있는 9위다. 도루왕 박해민의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가 한 점이라도 낼 가능성을 높인다. 도루왕 레이스에선 KIA의 버나디나가 한 발 앞서 있다. 하지만 한두 경기로 뒤집을 수 있는 차이다.
박해민은 긍정 마인드다. 늘 지난해 4월을 떠올린다. 지난해도 4월에 도루가 적었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4월 타율이 0.173에 그쳤다. 도루 성공은 1개, 반면 실패는 4개였다. 하지만 이후 무서운 페이스로 베이스를 훔치더니 가볍게 도루왕 2연패에 성공했다. 그는 "항상 안 좋을 때 지난해 4월을 떠올린다. 그보단 안 좋을 순 없다"며 웃었다.
박해민은 "팀이 앞서고 있을 때는 박빙 순간에 좀 더 과감하게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루왕 3연패는 지금 삼성에 박해민의 개인 목표만이 아니라 부족한 점수를 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