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프로야구는 투고타저다. 지난해 5.61점으로 역대 최고였던 경기당 득점은 올해 4.75점으로 확 줄었다. KBO 리그 통산 평균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확신은 이르다. 지난해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지난해 3할 타자는 역대 최다인 40명이나 배출됐다. 2014년에 이어 리그 사상 두 번째로 평균자책점이 5점대(5.17)를 돌파했다. 지나친 타고투저가 특히 투수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부진으로 스트라이크 존 확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4월 투고타저 양상도 존 확대의 영향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3월 31일 개막한 올 KBO리그는 4월 30일까지 3할 타자가 27명이다. 지난해 40명의 67.5%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4월 30일을 비교 시점으로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도 3할 타자 수는 27명으로 지금과 정확하게 같다. 3할 타자 수 뿐만이 아니다. 4월까지 리그 평균 타율도 지난해 0.272에서 올해 0.270으로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다만 2016년에는 타격 5걸에 김문호(롯데·0.430) 오재일(두산·0.394) 유한준(kt·0.379) 구자욱(삼성·0.368) 서상우(LG·0.357) 등 의외의 타자가 많았다. 올해는 이형종(LG·0.367)을 제외한 이대호(롯데·0.424) 김태균(한화·0.394), 최형우(KIA·0.367), 채태인(넥센·0.365) 등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들이 포진했다. 장타율과 출루율은 각각 0.404·0.350에서 0.398·0.337로 소폭 하락했다. 경기당 홈런은 1.77개에서 1.72개로 조금 떨어졌다.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비슷하다. 지난해는 4월까지 4.37이었다. 올해는 4.38로 0.01 차이다. 다만 선발 투수들의 우위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선발 평균자책점은 4.47이었지만 올시즌엔 4.20이다. 규정 이닝을 채운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지난해 1명에서 올해 5명으로 늘었다. 반면 구원 평균자책점은 4.25에서 4.69로 상승했다.
지난해 4월에도 '타고투저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5월부터 투수들이 타자들의 맹공을 버텨내지 못했다. 4월까지 0.272던 타율은 0.290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평균자책점도 4.37에서 5.17로 역대 2위였다.
2017년 4월도 2016년과 같은 투수들의 '반짝 호황'에 그칠까. 하지만 투고타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도 있다.
KBO는 1일 "4월 30일 기준으로 9이닝 기준 경기 시간이 지난해 3시간23분에서 3시간12분으로 11분 단축됐다"고 발표했다. 타고투저 시즌이 투고타저 시즌보다 경기 시간이 길다. 더 많은 타석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4월은 같은 '투고타저'였다. 실제 타석 수로 비교하면 올해 팀당 1경기 타석은 38.8회로 지난해(39.2회)보다 0.4타석 줄었을 뿐이다. 하지만 야구 기록의 최소 단위인 볼로 계산하면 다르다. 지난해 4월까진 한 경기를 치르는 데 153.2구를 던져야 했다. 올해는 148.7구로 4.5구나 줄었다. 경기 외적 요소를 제외하면 올해 투수들은 비슷한 수의 타석을 소화하는 데 지난해보다 더 적은 공을 던지고 있다. 경기 시간 단축의 이유 중 하나다.
실제 9이닝당 볼넷은 지난해 팀당 3.73개에서 3.05개로 줄었다. 경기당 1.36개가 감소했다. 반면 스트라이크 비율은 61.7%에서 64.2%로 높아졌다. 더 많은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안타와 점수는 줄어든다.
지금의 스트라이크존 확대 기조가 이어진다면 지난해와는 달리 투고타저 경향은 5월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