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현대제철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하고 증거 자료 제출을 거부한 현대제철 법인과 직원 11명에게 과태료 3억1200만원을 부과했다고 7일 밝혔다.
현대제철 소속 직원 2명은 지난해 12월 공정위 1차 현장조사 기간 중 사내 이메일과 전자파일 등 전산 자료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했다.
당시 공정위 조사원은 현장조사 시작 전 '전산 자료에 대한 삭제·은닉·변경 등을 하지 말 것'을 고지했고 현대제철도 이에 동의했으나 실제로 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들 직원은 자신의 USB에 전산 파일 완전 삭제 프로그램인 WPM을 구동하고 파일을 복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동료 컴퓨터에서 자신의 사내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이메일 붙임 자료를 USB에 다운받고 이메일은 삭제했다.
지난 2월 2차 현장조사에서는 현대제철 본사 정책지원팀이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했다. 이들은 USB 승인 현황을 파악해 달라는 공정위의 요구에 대해 '2명의 직원만 승인받아 쓰고 있다'고 했지만 이후 확인한 결과 최소 11명의 직원이 USB를 승인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이 사용한 업무 관련 USB는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00개에 달했다.
조직적인 방해 행위가 밝혀진 뒤에도 현대제철의 조사 방해는 계속됐다. 공정위는 조사 직원 11명에게 증거 자료가 담긴 USB를 내놓을 것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모두 이를 거부했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제철은 물론 방해에 가담한 직원 11명에게도 과태료를 물렸다. 전산 자료를 완전히 삭제한 직원 2명에게는 각각 2200만원, 나머지 직원 9명에게는 각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현대제철 법인도 조사 방해와 자료 제출 거부로 2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에는 과태료만 부과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오는 7월 19일부터는 이 같은 조사 거부나 방해행위에 대해 형벌이 부과된다"며 "또 10월 19일부터는 자료 제출 명령을 거부하는 사업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