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해서 사랑받는 배우가 있다. 사극, 그것도 활극에서마저 제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워내지 않은 배우 안재홍(31)이다. 그래서 신선하다 말하고 '역시 안재홍'이라 말한다.
5년 전 학생과 주연배우 신분으로 만났던 선배 이선균과 상업영화 대작 파트너로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tvN '응답하라1988' 정봉이의 그림자가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지금,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문현성 감독)'은 안재홍을 또 한 번 비상하게 만들 작품이 될 전망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작품을 선택하는데 이선균의 조언도 도움이 됐나.
"엄청. '족구왕' 제작과 각본을 맡았던 김태곤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는데 선균 선배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하더라. 선배님이 '내일 촬영 없으면 와라!'라고 하셔서 갔다. 선배님에게 정말 많은 용기를 얻었다."
-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땐 호흡이 잘 안 맞았다고.
"하하.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내가 이전에 알고지낸 선배님이라고 해도 작품을 같이 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한 작품에서 만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간극을 빠르게 좁혀 나갔다. 선배님께서 많이 배려해 주시고 이끌어 주셨다." - 과거의 선배 이선균과 파트너 이선균은 어떻게 다르던가.
"학생일 때 만난 선배님은 이미 드라마·영화 중녀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 배우였다. 당연히 높게 느껴졌고 이렇게 함께 연기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 못했다.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하며 많이 배웠다."
- 예를 들자면.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것 같아 그렇긴 하지만.(웃음) 일단 책임감이 남다르시고 시각도 다르다. '시야가 진짜 넓으시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전 이후의 상황을 다 보고 계시더라. 주연 배우로서 경력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게됐다. 그리고 다른 연기자들과 달리 동적이다. 리액션이 많아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선배님의 모든 행동이 배움이었다."
- 이선균이 동적이라면 안재홍은 정적인 배우로 볼 수 있다.
"이전에 했던 작품들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다. 솔직히 난 몰랐다. 근데 동적인 연기자를 만나니까 내가 정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웃음) 그래서 선배님과 더 잘 맞지 않았나 싶다. 둘 다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으면 좀 그러니까. 예상못한 케미였다."
- 올해 '조작된 도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임금님의 사건수첩'까지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촬영은 모두 다른 시기에 했다. 개봉 시기가 맞아 계속 보여드리게 되는 것 같다. 뭐랄까. 겹쳐서 작품을 찍는 것은 아니다. 괜히 죄송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조작된 도시'는 한참 전,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지난해 초,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지난해 여름에 찍었다."
- 개봉시기는 배우가 정하는 것이 아니니까. 뭐 어떤가.
"너무 자주 나오면 좀 그래 하실까봐.(웃음) 그래도 당분간은 개봉할 영화가 없다. 좀 후에 나오게 될 것 같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화관에서 봤나.
"봤다. 시사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없어 가지 못했는데 기사는 다 찾아서 봤다. 김민희 선배님이 나에 대해 해주신 이야기도 봤다. 좋은 말씀을 해 주셨더라. 감사하다."
- 홍상수 감독 영화에는 한 학교 교수와 제자라서 제작부로 차출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과정이 있었나.
"제작부는 전문적으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제작부로 활동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차량을 통제하고 이것 저것 옮기면서 현장 상황을 정리하는 정도였다. 감독님은 교수님이시기도 하니까 내가 연기전공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계셨고,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우리끼리 자발적으로 현장 진행을 도왔다. '계속 하고싶다'고 말씀 드리니까 감독님도 귀엽게 봐 주신 것 같다."
-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촬영할 때 이선균을 처음 봤다고.
"선배님도 감독님처럼 나를 되게 귀여워해 주셨다. '몇 기야?' '2기 인데요' '건대가 신생학과구나? 나도 한예종 1기 출신이라 선배없는 막막함을 알아'라는 식의 대화를 나눴다. 학교 다닐 때 보는 것 같다며 술도 사 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셨다. 그 때 나 같은 학생이 5명 정도 됐는데 다 같이 선배님 밴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우린 그 때 차도 없고 매니지먼트도 없으니까."
- 정말 특별했겠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연예인 밴도 그 때 처음 타 봤다.(웃음) 그런 분과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 4개월간 함께 촬영하며 지냈으니 내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았겠나.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