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모기 퇴치제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미국 소비자전문지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레몬그라스나 정향·로즈마리 오일 등 천연 성분으로 만든 모기 퇴치제가 디에틸메타톨마이드(DEET) 등 화학 성분으로 만든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포트에서 여러 가지 모기 퇴치제에 대한 성분 조사를 한 결과,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모기 퇴치제의 사용 시간은 1시간 이내가 전부였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천연 성분들에 대해 무해하다고 분류하고 있어 따로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업체들은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천연 성분으로 제품을 만들고 성능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화학 성분으로 만든 제품의 성능이 더 좋았다. 미국질병예방센터(CDC)와 EPA 모두 DEET가 15~30% 정도 함유됐을 경우 임산부에게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미국모기제어협회(AMCA)의 존 콘론 곤충학자는 "모기 퇴치제 가운데 DEET를 함유한 제품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밴드 형태의 모기 퇴치제도 과학적으로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컨슈머리포트는 두 종류의 모기 퇴치제 밴드를 각각 착용하고 성능 시험을 했지만 모기들이 피하는 성향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모기 퇴치제 밴드 업체인 비아텍은 지난해 5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 광고로 적발돼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이 업체는 자사 제품이 96~120시간 동안 작동한다고 광고했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초음파 형태로 모기를 쫓는 것으로 알려진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인체에 바르지 않아도 돼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 제품들의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 법무상은 시중에 유통되는 두 개 초음파 모기 퇴치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뉴욕 법무상은 "연구에 따르면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모기를 내쫓지 못하고 오히려 모기들을 자극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시트로넬라 향초와 배터리 충전식 디퓨저(방향제)도 모기를 쫓지 못했다.
오히려 선풍기가 성능이 좋았다. 선풍기를 틀어 놓으면 모기에 물릴 확률이 45~65% 줄었다.
조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