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선수들 중에서 대표 '절친'을 꼽자면 이제는 은퇴한 게리 네빌과 데이비드 베컴(이상 42),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뛰던 젠나로 가투소(39)와 안드레아 피를로(38·뉴욕시티), 바르셀로나의 우정 카를레스 푸욜(39)-헤라르드 피케(30) 등이 있다.
K리그에서는 22년 우정을 자랑하는 이근호와 백종환(이상 32·강원)이 첫손에 꼽히고,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 중에는 기성용(28·스완지 시티)과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 그리고 손흥민(25·토트넘)과 김진수(25·전북 현대)가 대표적이다.
물론 같은 국적의 선수들끼리만 '절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만 봐도 가까이 지내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있다. 스완지 시티에서 뛰는 기성용은 현 동료인 카일 노튼(29)을 비롯해 전 동료이자 현재 뉴캐슬에서 뛰고 있는 존조 셸비(25) 등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외국인 선수는 빅토르 완야마(26·토트넘)다. 셀틱 시절 함께 뛰며 친해진 기성용은 현재까지도 그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 완야마는 현재는 손흥민의 동료이기도 하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은 전 소속팀 볼튼의 주장이던 케빈 데이비스(40)와 친하다. 데이비스는 가끔씩 이청용이 뛰는 경기 장면을 캡처해 보내 주기도 하는 등 아직도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김진수, 김신욱(29·전북 현대) 등 친한 선수가 많은 '흥부자'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가깝게 지내는 선수들이 많다. 카일 워커(27), 델레 알리(21) 등이 대표적인데 이 가운데에서도 스스로 '최고의 절친'이라고 칭하는 선수가 있다. 토트넘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오스트리아 출신 케빈 비머(25)다. 그는 자신의 SNS에 손흥민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한글로 '#가장 친한 친구'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우정을 과시해 왔다.
비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손흥민 친구'가 연관 검색어로 등장할 정도다.
손흥민이 말하는 '영혼의 파트너'이자 '최고의 절친'인 비머를 지난달 26일(한국시간) 토트넘 트레이닝센터에서 직접 만났다. 비머는 "손흥민과 함께여서 행복하고 이곳(토트넘)에서 그와 오래 뛰고 싶다"며 절친 '쏘니(손흥민 애칭)'에 대해 얘기했다.
- 손흥민과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가.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뛸 때 경기에서 만난 적 있다. 당시 나는 FC 쾰른에서 뛰고 있었고, 양 팀의 거리는 차로 15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손흥민이 뛰고 있을 때 그와 두 번 맞대결을 펼쳤는데 한 번은 5-1로 레버쿠젠이 이겼고, 한번은 1-1로 비겼다. 당시 그는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괜찮은 경기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 그 당시의 손흥민과 비교하자면 지금의 손흥민은 어떤가.
"손흥민은 매우 빠른 선수였고, 레버쿠젠에서 멋진 골을 많이 넣었다. 여기(EPL)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데스리가와 EPL 모두 훌륭하지만 여기가 더 압박이 심한데 토트넘에서도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계속해서 잘하고 있다. 골은 물론 도움도 많이 기록하고 있고, 어떤 팀에 가더라도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난 그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이곳에서 그와 오래 뛰고 싶다."
- 토트넘은 FA컵 준결승전에서 첼시에 패해 우승이 좌절됐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얘기를 나눴는가.
"물론이다. 우리는 항상 경기 전후에 얘기를 나눈다. 첼시전이 끝난 뒤에도 그와 대화를 했다. 첼시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는데 운이 안 따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결승에 가고 싶었지만 첼시가 강했다. 이제 남은 리그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가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손흥민이 '가장 좋은 친구'라고 표현했는데 본인은 어떤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와의 우정이 너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우리는 독일어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훈련장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런던은 살기 좋은 도시이고 특히 날씨가 좋은 여름에는 이곳에서 사는 것이 너무 좋다. 볼거리도 많고 쇼핑하기도 좋다. 손흥민을 비롯해 좋은 동료들이 많아서 심심하지도 않다."
- 한국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바비큐는 정말 맛있고 손흥민과도 자주 먹으러 간다. 이번 여름에는 손흥민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직 한국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손흥민이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방문해 보고 싶다. 손흥민이 관광도 시켜주고 맛집도 소개해 주고 다 잘해 줄 것 같아서 한국에 가는 것이이 기대된다.(웃음)"
태어난 곳도, 피부색과 언어 그리고 문화도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외로운 타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절친'이 됐다. 독일에서 시작한 우정을 영국까지 이어온 손흥민과 비머는 지금도 여전히 서로 의지하며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