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스포츠와는 달리 경정은 사방이 트인 수면에서 경주가 열리다 보니 수온과 기온, 바람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경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그 중에 바람의 영향이 크다. 요즘과 같이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는 풍속과 풍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며 바람의 흐름을 읽고 활용할 줄 아는 선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미사리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경정장 수면에는 다양한 바람이 부는데 통상적으로 등바람과 맞바람으로 나누고 있다.
먼저 2턴 마크에서 1턴 마크 쪽으로 부는 북풍 또는 북서풍을 등바람이라고 한다. 경정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워하고 위험 부담을 크게 느끼는 바람이다. 경정 선수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 자신만의 스타트 타이밍을 잡는다.
하지만 갑자기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 자칫시속이 과하게 붙어 플라잉을 할 수 있다. 스타트를 잘 끊더라도 1턴 마크를 돌아나가면 바람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이때 정교하게 선회를 하지 않으면 실속 또는 회전각을 좁히지 못해 경쟁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 수 있다. 지난 4월 226일 14회 차(수요일) 4경주가 좋은 예다. 당초 김계영과 어선규의 우승이 점쳐 졌다. 그러나 경주 당시 초속 5m의 강한 북풍이 불었다. 우승을 기대했던 김계영과 어선규는 0.2초대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1코스의 이진휘가 좀 더 빠른 0.15초의 공격적인 스타트로 주도권을 잡으며 쌍승식 31.5배를 연출했다. 입상 후보였던 두 선수 역시 2, 3착을 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대로 1턴 마크에서 2턴 마크쪽으로 부는 남풍과 남동풍을 맞바람이라고 한다. 맞바람이 불면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와 스타트시 평소보다 가속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1턴 선회 후에는 뒤에서 바람이 보트를 밀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1주 2턴 마크 선회시 바람을 정면에서 맞아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지난 4월 20일 13회 차(목요일) 3경주에서 1코스의 서화모가 우승 후보로 평가됐으나 당시 초속 3m의 남동풍이 불었다. 갑작스런 맞바람에 안쪽의 서화모와 이동준은 0.34초의 늦은 스타트를 끊었고 3코스의 박진서가 0.15초, 5코스의 최재원이 0.19초를 끊으며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28.9배의 배당을 터트렸다.
통상적으로 등바람은 시속을 붙여 안쪽 코스에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아웃코스가 유리하고, 맞바람일 때는 조주거리가 짧은 인코스의 입상률이 높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답은 없다. 경정 전문가들은 "바람이 분명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성과 모터 배정에 따라 경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환경적인 변수를 잘 읽고 주어진 조건을 정확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를 찾는 것이 좀 더 적중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