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강원에서 첫 시즌을 시작한 정조국을 향한 기대감이 컸다. 지난 시즌 광주 FC에서 20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자연스럽게 MVP도 그의 품에 안겼다.
이런 기세와 흐름을 가지고 올 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었다. 정조국이 강원 돌풍을 이끌 주역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2개 구단 대표 선수가 뽑은 '올해의 득점왕'에 선정되는 등 K리그 전체의 주목을 받은 공격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4월 2일 울산 현대와 4라운드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이후 정조국은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가 없는 사이 강원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고, 하위권을 전전해야 했다.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강원은 자신감이 높아졌다. 부상당한 뒤 5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6경기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던 핵심 공격수가 11라운드에서 컴백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열린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강원은 2-1 승리를 거뒀다.
이곳에서 만난 최윤겸(55) 강원 감독은 "13일 대구 FC와 홈경기에서 (정)조국이가 복귀할 것"이라고 밝히며 "그때까지 몸 상태를 지켜볼 것이다. 선발이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반 조커로라도 투입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팀 동료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정조국 역시 이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부상 복귀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사진=강원FC 제공 ◇ 강원 돌풍은 지금부터 시작
강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정조국을 비롯해 이근호(32), 황진성(33) 등 폭풍 영입에 성공했다. 클래식 이슈의 중심에 섰다. 화려한 스쿼드를 꾸린 강원은 당당히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리그 3위 안에 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강원(3승3무4패·승점 12점)은 리그 9위로 처져 있다. 한때 5위까지 올라갔지만 정조국 이탈로 조금씩 미끄러졌다. 아직 강원 돌풍은 불지 않았다. 강원의 축구 열기도 뜨겁지 않다.
정조국은 "지금 시기에 강원은 더 높은 순위에 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강원의 축구 열풍이 더 강하게 불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것에는 내 책임도 크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아직 경기가 많다. 팀 합류와 함께 최선을 다해 강원 돌풍을 이끌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FA컵 우승 역시 강원 축구 열풍을 위해 필요한 요소다. 강원은 FA컵 32강전에서 대전 코레일(내셔널리그)을 1-0으로 누리고 16강에 진출했다. 오는 17일 성남 FC(2부리그)와 16강전을 치른다.
정조국은 FA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는 "올 시즌 FA컵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아니 우승을 해야 한다. 강원이 우승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조국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크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 올 시즌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경기 1도움에 그치고 있다. 득점왕이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역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정조국은 "몸 상태는 괜찮다. 재활을 열심히 했다. 앞으로 팀 훈련에 더 녹아들어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 정조국 복귀에 웃는 최윤겸과 이근호
정조국 복귀에 강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격하게 반기고 있다. 그중 가장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최 감독과 이근호다.
최 감독은 "조국이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 공격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팀이 자리를 잡지 못한 하나의 원인이었다"며 "조국이가 돌아오면 강원은 더 다양한 공격 전술을 만들 수 있다. 강원이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에이스의 복귀를 기대했다.
이근호는 정조국이 없는 사이 홀로 '고군분투'했다.
정조국과 함께 투톱으로 뛰면 수비가 둘로 갈리는데 원톱으로 최전방에 있으면서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정조국이 없는 사이 이근호 혼자 팀 공격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근호의 투혼이 있었기에 강원은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지 않았다. 공격 파트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근호는 정말 많이 뛰었다.
또 팀이 흔들리지 않게 자신이 더 끈질기게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정조국이 없는 사이 이근호가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근호의 공헌도는 팀 내에서 1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조국 부상에 대해 이근호는 "조국이 형이 지금 없다. 조국이 형이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방법이 없다. 조국이 형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한다. 이 악물고 버텨 보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근호가 정말 죽도록 뛰더라. 밖에서 보는데 안쓰러울 정도였다. 혼자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뛰어 줘 고맙다. 또 함께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